[사설] 여의도 정치 올인 秋 지사, “재정 빨대” 소방은 성가신가

2025년 10월, 경기도지사 추미애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소방 예산을 가리켜 “가장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인건비 1조 1000억 원이 도 재정을 “잡아먹는다”는 표현도 함께 나왔다.

소방관이 빨대다.

이 발언이 불러온 반응은 예상 가능한 방향이었다. 보수 언론은 즉각 ‘추미애 망언’으로 프레이밍했고, 해당 영상 클립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돌았다. 진보 진영 일부는 방어에 나섰다. 발언의 맥락이 있다, 재정 압박을 토로한 것이다, 취지를 곡해했다는 반론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논쟁 자체가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고 본다.


경기도는 인구 1400만 명의 광역 지방자치단체다. 전국 광역 중 화재 출동 건수 1위다. 소방 인력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 규모에 맞게 편성된 소방 인건비를 두고 “잡아먹는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실 관계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식의 문제다. 재정 압박을 호소하는 자리에서 그 예산이 ‘골치’라고 말하는 것은, 그 예산이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했을 때 나오는 언어다.

맥락을 살펴보면 더 불편해진다. 추 지사는 같은 국감 자리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법인세 일부를 광역으로 넘겨달라고 주장했다. 재정이 부족하니 다른 곳의 몫을 가져오겠다는 논리다. 동시에 자신의 업무추진비 삭감률은 실무 국장급보다 낮게 유지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재정이 쪼들린다면서 남의 파이를 가져오고, 자기 씀씀이는 지킨다. 이 두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소방이 빨대”라는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예산 우선순위에 관한 태도의 표현으로 읽힌다.

여기서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들이 이 사안을 ‘추미애 망언’으로 다루는 방식은 이 문제를 개인의 언행 실수로 봉합한다. 그렇게 하면 비판의 화살이 발언자 개인에게 꽂히고, 정작 따져야 할 도정 운영의 문제는 흐려진다. 추미애 개인의 언어 습관이 거칠다거나 정치적 발언이 많다는 식의 이야기로 귀결되면, 경기도 소방 예산 구조나 광역 재정 배분 문제는 다음 뉴스 사이클에 묻혀버린다.

나는 이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 망언이라는 틀은 오히려 사태를 가볍게 만든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

그는 여러 차례 중앙 정치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장에서도 도정 현안보다 정치적 논평이 도드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은 공공연하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포부를 갖는 것을 금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도지사의 자리는 1400만 도민의 일상을 관리하는 자리다. 새벽 두 시에 아파트 복도에서 연기가 날 때 출동하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 예산을 집행하는 책임자가 바로 경기도지사다. 그 책임자가 국감장에서 소방 예산을 ‘골치’로 규정하면서 법인세 배분 논쟁에 힘을 쏟는다면, 도민 안전에 대한 감각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재정이 실제로 빠듯하다는 주장은 일부 사실을 담고 있다. 지방 재정 불균형 문제는 한국 행정의 고질적 과제이고, 경기도가 복지·소방·교육 등 대규모 지출을 감당하면서 중앙 이전 재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재정 압박을 호소하는 방식이 “소방이 빨대”여선 안 된다. 재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려면 소방을 문제의 근원으로 호명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지방 재정 배분의 불균형과 세목 설계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짚어야 한다. 그것이 도지사가 국감장에서 해야 할 일이다. 소방관을 타깃으로 삼아 도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재정 논쟁을 끌어내는 방법이 아니라, 내부의 비용을 외부로 돌리는 방식에 가깝다.

그리고 도민들은 그 외부가 아니다. 소방관들도 그 외부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중앙 정치를 도에서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도민의 생활 안전을 중앙 정치의 언어로 환원하지 않고 직접 책임지는 것이다. 추미애 지사가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싶다면 그 방법은 하나다. 인구 1400만의 도를 잘 운영하는 것. 소방 예산을 지키고, 업무추진비를 솔선해서 줄이고, 재정 구조 문제를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그것이 여의도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빨대는 소방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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