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에 직접 장문의 글을 올렸다.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다. 자신이 연임을 위해 개헌을 획책한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정했고, 검찰 개혁의 방향을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현직 대통령이 SNS에 직접 해명 글을 올리는 일은 가볍게 볼 장면이 아니다. 메시지 하나하나를 참모진이 다듬고 청와대 공식 채널을 통해 내보내는 것이 관례적 방식이라면, 이 대통령의 이번 선택은 그 관례를 의도적으로 비튼 것이다. 속도가 필요했거나, 직접성이 필요했거나.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음모론을 음모론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이재명 연임 개헌” 프레임이 얼마나 허술한 구조물인지는, 헌법 128조를 한 번만 읽어봐도 무너진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거쳐야 한다. 지금 국회 의석 구조에서 300석 중 200석이다. 민주당 단독으로는 불가능하고,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예 발의조차 되지 않는다.
이걸 모르고 음모론을 제기했다면 무지의 산물이고, 알면서 제기했다면 선동이다.
물론 반론은 있다. 개헌 드라이브가 본격화될 경우, 여론 압박과 협상 구조 속에서 야당이 끌려들어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충분히 유효한 지적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과, 이미 확정된 음모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다르다. 지금 보수 진영이 유통시키는 프레임은 후자다.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기정사실화된 음모 서사다. 그리고 그 서사 안에는 헌법적 절차가 없다. 이재명이 마음만 먹으면 개헌할 수 있다는 가정이 묵시적으로 깔려 있다. 이 가정이 틀렸다.
피해자가 설계자가 될 때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검찰 개혁에 관한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라는 국가의 필수 기능을 무력화해선 안 된다”고 썼다. 이 발언이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으로 수년간 피의자석에 앉아 있었던 당사자다. 정치적 기소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그럼에도 수사·기소 기능 자체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을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읽을 수도 있다. “검찰을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다”는 공언을 통해 개혁 저항을 줄이는 전술적 언어라는 해석이다. 틀린 독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독법이 전부는 아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 즉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거나 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구조 개편은, 기능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특정 집단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설계를 바꾸는 접근이다. 이 접근이 맞느냐 틀리느냐는 별개로 따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검찰개혁 = 검찰 해체”라는 등식 자체는,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도 성립하지 않게 됐다.
보수 언론이 즐겨 쓰는 프레임이 있다. “검찰을 무력화해 사법 통제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구도다. 이 프레임 안에서 모든 검찰 개혁은 이재명의 개인적 면죄부 추구로 환원된다. 편리한 서사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직접 “수사·기소 기능 무력화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이상, 그 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려면 그의 발언을 통째로 거짓말로 전제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주장인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다.
개헌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실제로 논의해야 할 것들은 무대 뒤로 밀린다. 검찰개혁의 구체적 설계가 타당한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실효성이 있는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가. 새로운 제도는 기존 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이 진짜 정치의 영역이다. 음모론은 이 영역을 잡음으로 채운다. 잡음이 클수록 질문은 묻힌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성 있는 제도 개혁 의지인지, 아니면 정치적 계산의 산물인지는 앞으로의 행보가 증명할 것이다. 그것을 판단하려면 음모론의 소음을 걷어내고, 실제 설계의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작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