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악수 장면으로 내분을 만들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꿈은 진보진영의 자멸입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주장을 따라하는 진보진영의 세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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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동지라고 해야 할까요? 긴 세월 동안 조선일보 불매 운동을 했던 진보세력의 여러 인사들의 주장과 조선일보의 주장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네요.

실제로 일어난 일.

공항 귀국 장면이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넸고, 대통령은 짧게 반응했습니다. 전체 장면은 몇 초. 특별한 말다툼도, 공개적 마찰도 없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몇 초짜리 장면에 “퇴짜”, “충성 세리머니”, “명청 갈등 확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인사를 받는 사람의 표정, 악수의 온도, 눈빛의 각도가 사설의 분석 재료가 됐습니다. 정치 보도인지 연예 가십인지 헷갈리는 수준입니다.

“퇴짜”는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이 사설의 구조를 뜯어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팩트 하나를 앞에 세우고, 그 위에 해석을 쌓고, 해석 위에 결론을 얹습니다. 팩트와 결론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정치적 의도는 선명해집니다.

이번 사설의 팩트는 “90도 인사 + 짧은 반응”입니다. 거기서 조선일보가 도달한 결론은 “명청 갈등 확전”입니다. 그 사이에 있는 건 팩트가 아니라 프레임입니다.

핵심 단어가 “퇴짜”입니다. 인사를 했는데 대통령이 충분히 반응하지 않았다, 이것을 “퇴짜”로 정의하는 순간 독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림이 그려집니다. 대통령이 정 대표를 밀어냈다, 관계가 틀어졌다, 민주당 내부가 흔들린다. 그런데 “퇴짜”는 사실 기술어가 아니라 해석어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해석어를 마치 팩트처럼 제목에 박아 넣었습니다.

두 개의 서사, 하나의 목적지

이 패턴은 새롭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 출범 이후 보수 언론은 일관되게 두 가지 서사를 교대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1인 독주”와 “민주당 내부 균열”입니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목적지는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를 어느 각도에서 봐도 문제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독주 서사가 힘을 잃으면 균열 서사를 투입하고, 균열 서사가 약해지면 다시 독주 서사를 꺼냅니다. 독자에게는 “민주당은 항상 뭔가 이상하다”는 잔상이 쌓입니다.

이번 “충성 세리머니” 사설은 균열 서사의 전형입니다.

“싸우지 말라”가 분열의 증거?

이 대통령이 “원수 싸우듯 하지 말라”고 했다는 발언도 조선일보는 분열의 증거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어떤 리더가 “내부에서 싸우지 말자”고 말했다면, 그건 통상적으로 결속을 요청하는 리더십 메시지입니다. 건강한 조직에서 흔히 나오는 발언입니다.

조선일보의 해석은 반대입니다. 그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분열이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이 논리라면 “건강 챙겨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환자가 됩니다.

메시지를 뒤집어 읽어서 원하는 결론을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타이밍이 말해주는 것

이재명 대통령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 보수 언론이 가장 경계하는 건 단결된 민주당입니다. 단결된 여당은 입법력을 갖고, 입법력은 정책 의제를 바꿉니다.

그걸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내부 분열 서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우리 당이 괜찮은 건가”라는 의심을 심고, 중도층에게는 “저들도 결국 권력 싸움”이라는 피로감을 전달합니다.

이번 프레임은 그 기획의 일부입니다.

조선일보가 진짜 권력 견제를 하고 싶다면 물어봐야 할 질문이 따로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은 맞는가,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서 소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는가,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은 작동하는가. 그 질문들 대신 공항 영상을 프레임으로 잘라 “갈등”을 팝니다.

우연치고는 너무 정확한 방향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의 프레임과, 최근 친문 인사들이 내놓는 메시지가 점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이재명 1인 독주”를 말하고, 친문은 “노무현 정신과 다른 이재명 노선”을 말합니다. 보수 언론은 “민주당 내부 균열”을 부각하고, 친문은 그 균열의 당사자로 직접 나섭니다. 보수 언론이 정청래 사퇴를 요구하는 논리와, 친문 일부가 정청래를 밀어내려는 논리가 결론적으로 겹칩니다.

물론 동기는 다릅니다. 보수 언론은 이재명 체제를 흔들려는 것이고, 친문은 당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것입니다. 목적이 다른 두 세력이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구도는 낯설지 않습니다. 외부의 적과 내부의 비주류가 의도치 않게 — 혹은 의도적으로 — 같은 방향의 힘을 가할 때, 그 압력을 받는 쪽은 버티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지금 그 압력이 이재명 대통령 체제를 향하고 있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방향이 너무 정확합니다.

몇 초짜리 악수 장면이 “명청 갈등 확전”의 근거라면, 그건 보도가 아니라 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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