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분석]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정치 제물’ 된 한국의 형사사법

보완수사권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의 늪

조선일보가 2025년 6월 사설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두고 “이상한 나라의 형사사법”이라고 썼다. 문구 자체는 세련됐다. 문제는 그 문장 뒤에 무엇이 빠져 있느냐다.

사설의 논리 구조는 단순하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의 오류를 교정할 기제가 없어지고, 결국 돈 없고 힘없는 피해자들이 방치된다. 형사사법의 완결성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읽는 순간 그럴듯하다. 검찰을 권력 기관이 아니라 ‘오류 교정자’로 재포지셔닝하고, 폐지론자들을 약자를 외면하는 이념주의자로 배치하는 프레임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이 작동하려면 검찰이 실제로 그 교정자 역할을 해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보완수사권이 사실상 검찰의 전면적 재수사권으로 기능하던 시절을 복기해보자.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보완’이라는 이름 아래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고, 피의자를 재소환하고, 사건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일이 일상이었다. ‘보완’이 아니라 ‘장악’이었다. 경찰 수사를 교정한 것이 아니라, 경찰 수사를 통로로 삼아 사건을 가져왔다. 그 결과 경찰은 검찰에 종속된 1차 필터로 기능했고, 수사의 최종 권한은 사실상 검찰이 독점했다.

2022년 수사권 조정의 출발점은 이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력 집중을 막고, 검찰이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범위를 줄이자는 것. 방향은 맞다. 이견이 있기 어렵다. 세계 어디서도 수사와 기소를 단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를 ‘선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사설이 공략하는 지점은 방향이 아니라 디테일이다.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지면 경찰 수사의 허점을 누가 메우느냐.” 이건 실은 따져볼 만한 질문이다. 경찰이 사건을 부실 처리하거나 피해자의 고소를 묵살할 때, 피해자에게 남은 수단이 무엇인가. 고소인 이의신청 제도, 검사의 송치 후 보완지휘 권한, 불기소 이의신청 등 여러 절차가 있지만, 현장에서 이 장치들이 충분히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니까 이 논점을 완전히 기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 질문을 하는 맥락을 같이 봐야 한다. 이 신문이 검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됐던 시기에 어느 편에 섰는지, 수사권 조정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고발사주 의혹이나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무엇을 사설로 썼는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급작스러운 ‘약자 걱정’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검찰이 약자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썼다는 증거와, 검찰이 권력자를 위해 사건을 묻거나 몸통을 제쳐두고 손목만 잘랐다는 증거 중 어느 쪽이 더 풍부한가. 이건 사례 몇 개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는가의 문제다. 그 기울기를 설계한 구조를 그대로 두고 싶은 쪽이 지금 “약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프레임이 뒤집혀 있는 것이다.


제도 개혁은 언제나 두 가지 비판에 동시에 노출된다.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과,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는 비판. 보완수사권 폐지가 전자로 공격받는 동안, 실제로 경찰의 1차 수사 책임이 강화되는 체제에서 피해자 구제 절차가 충분히 정비되어 있느냐는 질문은 후자의 영역에서 제기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건설적인 비판이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먼저 있고, 그 결론을 정당화할 논거로 약자 피해를 동원한 것이다. 개혁의 디테일을 보완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개혁의 방향을 되돌리라는 주장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제도적 디테일은 계속 다듬어야 한다. 경찰의 수사 역량, 피해자 이의신청의 실효성, 송치 후 절차의 투명성 등 고쳐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논의는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논의는 권력 집중을 되돌리자는 요구와는 다른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형사사법의 위기를 걱정하는 사설이 정작 그 사법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편향되게 운용해온 구조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면, 그 걱정은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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