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여당통합하라”고 할 때, 그 말의 진짜 뜻

여당통합

조선일보가 여당통합 설정한 프레임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에 여당통합을 위한 한마디 했습니다. “여당은 진영이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 자기 지지층만 보는 정치를 경계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발언을 받아 사설을 썼습니다. 제목이 “대통령이 먼저 보여주길”이었습니다. 통합 메시지에 “그 말 좋은데, 너부터 해봐”라고 받아친 겁니다. 조선일보가 내건 조건은 공소취소 추진 철회였습니다. 본인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입법을 먼저 포기해야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얼핏 들으면 합리적입니다. 자기 이익과 관련된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통합을 말하는 건 모순 아니냐고. 근데 그 논리의 내부를 뜯어보면 좀 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설정한 프레임

이 사설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공소취소 추진이 순수하게 이재명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입니다. 조선일보는 그 전제를 독자에게 검증 없이 먼저 심어놓습니다.

공소취소 논의는 단순히 이재명 개인 사건 처리를 넘어서는 맥락이 있습니다. 전 정권 시절 검찰이 기소권을 얼마나 정치적으로 활용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 수사부터 기소까지 전 과정을 장악한 검찰 권한의 정상화, 무리한 기소에 대한 제도적 견제 장치 마련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 맥락을 통째로 삭제했습니다. 공소취소 = 이재명 방탄이라는 등호를 먼저 심어두고 “그러니 통합이 아니다”는 결론으로 직진합니다. 분석이 아니라 프레이밍입니다.

시간표를 놓고 보면 패턴이 보인다

2020~2024년, 민주당이 국회 다수였을 때 조선일보가 쓴 단어는 “입법 폭주”, “다수결 독재”였습니다. 다수결로 법안을 처리할 때마다 “다수라도 양보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당이 다수 의석으로 법안을 추진하자 이번에도 “양보해야 한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면 일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다수당에게 항상 양보를 요구하니까요.

그런데 양보의 방향을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야당 시절 민주당에게 요구한 양보는 보수 정권 수사 중단이었고, 지금 여당 민주당에게 요구하는 양보는 검찰 개혁 포기입니다. 방향이 항상 같습니다. “우리한테 유리하면 협치, 불리하면 폭주.”

통합 요구가 항복 요구가 되는 순간

협치와 통합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수라도 소수를 배려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고, 그 요구는 유효합니다. 단, 그 기준이 양쪽에 동일하게 적용될 때 얘기입니다.

조선일보가 2020년에 “입법 폭주”를 비판할 때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에게도 동시에 “양보하라”고 요구했는지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위로 비판했는지, 공수처 무력화 시도에 대해서도 “갈등 조장”이라고 썼는지.

이번 사설의 실제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이 통합 메시지를 던지면, 그 메시지를 역이용해 “통합하고 싶으면 검찰 개혁 포기해라”로 만듭니다. 검찰 개혁 동력을 꺾고, 전 정권 시절 쌓인 수사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귀결됩니다. 통합 요구가 아니라 항복 요구입니다. 협상 테이블 밖에서 언론 지면을 통해 던지는 일방적 항복 요구.

공소취소 이슈 자체의 평가는 충분히 논쟁 가능합니다. 대통령 본인 관련 사건에 대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절차적 정당성 논의도 필요합니다. 그 논쟁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검찰 권력의 역사적 맥락과 기소 남용 문제를 함께 올려놓아야 합니다. 그 맥락을 의도적으로 지운 채 ‘방탄’ 프레임만 남겨두는 사설은 분석이 아니라 공격 도구입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좋은 말을 할수록 역이용하기 쉽습니다. 상대방의 언어를 상대방 공격에 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말을 인용해서 비판하니까요. 하지만 그 비판의 기준이 선택적으로 적용될 때, 그건 비판이 아니라 트랩입니다.

협치 요구는 유효합니다. 단, 그 요구가 자기한테 유리할 때만 꺼내는 카드라면 — 그건 협치가 아닙니다.

문조털래유
이김송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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