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설 분석] 한동훈 “임광현, 尹정부 국세청장 노리고 뛴 사람…민주당 괜찮겠냐”

비난은 아닌데, 불안감은 심어두는 기술

한동훈 전 대표가 귀국 직후 던진 첫 마디는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세청장 자리를 노리고 뛴 사람 아니냐. 민주당, 괜찮겠냐.” 중앙일보는 이것을 상당한 무게로 다뤘다. 야당의 강력한 공세, 전투력 있는 인물의 복귀, 그 서사다.

그런데 한동훈 본인이 발언 직후에 이렇게 덧붙였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인정한 다음, “괜찮겠냐”고 흘린다. 이건 정치적 언어의 교과서적인 사례다. 명시적으로는 공격하지 않으면서,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불씨를 심어두는 것. 발언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그 발언의 앞부분(“민주당, 괜찮겠냐”)은 크게 조명하고, 뒷부분(“비난할 일은 아니다”)은 조용히 흘려보냈다.


임광현 비서실장이 국세청장 자리를 원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일 수도 있다.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는 건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동훈 스스로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니, 이 지점에서는 공방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발언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 시절 관료 경력과 민주당 정부 핵심 참모직 사이의 낙차를 비틀어, ‘이 사람이 과연 민주당 사람인가’라는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팩트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연상(聯想)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반박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난은 아니다”는 단서를 이미 달았으니, 민주당이 정면으로 반박하면 오히려 과잉 반응처럼 보일 수 있다. 공격이면서 공격이 아닌 척, 의심이면서 의심이 아닌 척. 이것이 지금 한동훈의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중앙일보 사설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중앙일보는 이 발언을 “야당의 날카로운 공세”라는 맥락 안에 배치함으로써, 한동훈을 재건 중인 국민의힘의 전투력 있는 인물로 그려냈다. 귀국 직후의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것이 여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이라는 뉘앙스를 심었다. 이것은 논평이 아니라 서사 구축이다.

여기서 빠진 것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현재 딸의 스펙 의혹과 관련된 수사 선상에 놓여 있다. 귀국을 선언하면서 “쓸어버리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신을 향한 수사 압박이 커지는 시점에, 상대방을 향한 공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이 흐름 전체를 함께 놓고 봐야 한동훈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제대로 읽힌다. 중앙일보 사설은 그 맥락을 잘라냈다.

공격이 방어를 겸하는 상황,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 반격으로 포장되는 상황. 이 두 개를 분리해서 보도하면 독자는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


반론을 먼저 꺼내놓겠다. “임광현 비서실장의 전력은 검증의 대상이고, 야당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정당한 정치 행위 아닌가.”

맞다. 야당이 여당 핵심 인사의 과거 이력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는 건강한 견제다. 그런데 그게 실질적인 위법이나 이해충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정당하다. 지금 한동훈의 발언은 그 수준에 가 있지 않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스스로 선을 그었으니까. 이건 견제가 아니라, 연상을 심어두는 것이다. 둘은 다르다.


더 넓은 그림을 보면,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탄핵 이후 정국에서 야당으로 밀려난 채, 정책 대안도 리더십 구심점도 불분명한 상태다. 한동훈이 귀국해서 공세를 펼치는 것은 당 내부를 향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중앙일보는 그 시그널을 증폭해주는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이것이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 사이에 형성된 생태계다. 약한 공격도 강한 공세처럼 보이게 하고, 수세적 복귀도 능동적 귀환처럼 읽히게 하는 것. 그 과정에서 독자가 잃는 것은 전체 맥락이다.

팩트로 싸울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 프레임으로 싸운다는 말은 오래된 정치 격언이다. 지금 이 발언이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고, 중앙일보 사설은 그 전형을 기꺼이 실어날랐다. 비난은 아닌데 불안감은 심어두는 언어, 그리고 그 언어를 공세로 포장하는 지면. 둘이 함께 작동할 때 생기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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