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북한 미사일을 안 알렸다? 보수 언론이 삭제한 팩트

10월 15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동해상에서 진행된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했다. 두 종의 미사일, 참관자는 김정식 노동당 제1부부장과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김정은은 현장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 발사에 대해 별도 발표를 내지 않았다.

보수 언론이 달려드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안보 포기’,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익숙한 어휘들이 사설 지면을 채웠다. 군이 발표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2023년 3월 12일로 잠깐 돌아가 보자.


윤석열 정부 시절, 북한 잠수함 ‘8·24영웅함’이 동해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쐈다. 합참이 이 사실을 발표한 건 발사 다음 날인 13일이었다. 당시 합참 공보실장은 “감시·정보 능력 보호 필요성”을 이유로 댔고, “가장 적합한 시기에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수 언론이 ‘안보 포기’라는 표현을 썼는가. 기록을 찾아봐도 그런 사설은 나오지 않는다.

같은 행위, 같은 설명, 다른 반응. 달라진 건 기준이 아니라 정권이다.

이걸 단순한 정파적 이중성으로 처리하고 끝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친다. 왜 합참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다르게 다루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타당한가.


탄도미사일은 발사 직후 고고도로 솟구친다. 지상 레이더가 비행 초기부터 궤적을 추적할 수 있고, 어디서 쐈는지·어디로 향하는지가 비교적 빠르게 파악된다. 순항미사일은 다르다. 지면이나 해수면에 바짝 붙어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지구 곡률이 탐지의 장벽이 된다. 초기 탐지 자체가 어렵고, 우리 군이 어느 시점에 어떤 수단으로 포착했는지를 공개하면 그 정보 자체가 감시 능력의 윤곽을 드러낸다. 군이 “정보 자산 보호”를 이유로 드는 건 공허한 변명이 아니라, 신호정보·영상정보 운용 논리와 맞닿아 있는 실질적인 판단이다.

법적 차원에서도 구분은 존재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순항미사일은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탄도미사일 발사가 결의 위반으로 즉각 국제 사회의 규탄을 받는 구조인 반면, 순항미사일은 다른 층위의 사안이다. 기술적으로 다르고 법적으로도 다른 두 물건을 같은 선반에 올려놓으면, 분석이 아니라 감정이 논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이재명 정부에 면죄부를 주려는 게 아니다.


군의 공개 기준이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면—그리고 윤석열 정부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면—그 기준은 왜 아직도 공식 문서로 국민에게 제시된 적이 없는가. “탄도미사일은 실시간 공개, 순항미사일은 상황에 따라”라는 원칙이 내부 관행으로만 유지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논쟁은 판박이처럼 반복된다. 공개 기준이 명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공개 결정이 관행의 적용인지 정치적 판단인지를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이 없다. 논란이 반복되는 건 군의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판단의 근거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거기 있다. 안보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을 법제화하거나 최소한 공개 가이드라인으로 명문화하는 것. 그것이 현 정부가 내세우는 ‘투명한 안보’의 실질적 내용이 되어야 한다. 선언이 아니라 제도다.

보수 언론이 진짜로 요구해야 하는 것도 그것이다. 친북 낙인 대신 제도화. 그것이 안보를 정치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증명이다.

기준이 미사일의 종류가 아니라 정권의 색깔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건 안보 원칙이 아니다. 그냥 무기다. 겨누는 대상만 바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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