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힘 이진숙 제명촉구결의안 제출…”5·18 정신 폄훼·망동”(종합)

2025년 5월 13일,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18 재조명 포럼’이 열렸다. 주최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과 뉴라이트 계열 단체들. 그 자리에서 1980년 광주를 ‘소요 사태’라 부르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소요 사태’. 이 단어가 왜 문제인지는 법전을 펴면 바로 나온다. 대한민국은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2002년에는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법제화했다. 즉 5·18은 학계가 여전히 논쟁 중인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 입법부가 스스로 결론 내린 역사적 사실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건물 안에서, 그 국회가 만든 법률이 규정한 사건을 부정한 것이다. 자기 발밑을 파는 것도 이 정도면 예술이다.

학술이라는 방패

이진숙 의원 측은 이 포럼을 ‘학문적 재조명’이라는 틀로 포장했다. 표현의 자유, 학술의 자유, 역사는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어야 한다—익숙한 논리다. 그리고 이 논리는 일견 그럴듯하다. 역사 해석이 시대마다 바뀌어왔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 반론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재조명’과 ‘부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학술적으로 재검토하는 것과, 홀로코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다. 유럽 여러 나라가 홀로코스트 부정을 형사처벌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5·18 역시 마찬가지다. 계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사실은 수십 년간의 진상조사, 법원 판결, 입법 과정을 통해 확정됐다. ‘소요 사태’라는 용어는 그 결론 전체를 뒤엎는 언어다. 이걸 학술이라고 부르는 건, 사기를 투자라고 부르는 것만큼 언어를 오용하는 일이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 ‘소요 사태’라는 규정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자신들의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언어다. 그 언어를 2025년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다시 꺼낸다는 것은, 재조명이 아니라 복원이다. 누구의 언어를, 누구의 논리를 복원하려는 것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민주당은 이진숙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상징적 압박으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제 제명은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 구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당 의원 제명에 동의할 가능성은 없다. 결의안이 통과된다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민주당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결의안의 진짜 목적은 제명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이 사안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데 있다.

침묵이 말하는 것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지금 뭐라고 하고 있나.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사실상 없다. ‘개인의 행동’이라는 선으로 거리를 두거나, 아예 언급을 피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이 침묵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정당 정치에서 소속 의원의 공개 발언을 당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부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의 묵인이다. 국민의힘은 과거에도 5·18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이 패턴을 반복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 5·18 청문회에서의 망언들, 그 이후의 미온적 처리.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복되는 행동은 일탈이 아니라 경향이다.

보수 언론 일부는 이 사안을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는 프레임으로 소비하고 있다. 제명 결의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마치 민주당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그린다. 그러나 이 프레임은 출발점 자체를 지운다. 문제는 민주당의 결의안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국회가 입법으로 확정한 역사를 부정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지우고 야당의 반응만 프레임의 중심에 놓으면, 독자는 가해와 반응을 혼동하게 된다. 그것이 이 프레임의 기능이다.

5·18을 부정하는 언어는 단순히 역사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 언어는 광주에서 죽은 사람들을 국가 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소요를 일으킨 자들’로 되돌려 놓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겪은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역사 부정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에 가해지는 폭력이다.

이진숙 의원이 개인적으로 어떤 역사관을 가졌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 공간에서 공개 포럼을 열고 특정 역사 서술을 유포하는 행위는, ‘개인 신념’의 범주를 넘어 공적 행위다.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이 이 사안을 끝까지 ‘개인 일탈’로 처리한다면, 그 선택 자체가 당이 5·18에 대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답한다. 당신들이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