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일, 1948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검찰청이 공식 폐지됐다. 78년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쥐어온 기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날, 기소 전담의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 전담의 중수청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수십 년간 논의만 반복됐던 수사·기소 분리가 실제 제도로 집행된 날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보수 언론 지면에서 가장 큰 활자를 차지한 건 그 ’78년’이 아니었다. ‘선장 없는 배’, ‘개문발차’, ‘총체적 준비 부실’이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중수청 청사 앞에서 ‘형사사법 근조’ 팻말을 들고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보도들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개청 첫날 대구 공소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민원 접수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킨 건 사실이다. 청사 공사도 일부 미완성인 채 문을 열었고, 중수청은 정원 2,874명 중 1,900명, 66.1%만 충원된 상태로 출범했다. 초대 중수청장 자리는 공석이다.
이 중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닌 게 없다.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선택이다.
보수 언론이 이 날 보도하지 않은 것이 있다. 공소청이 개청 전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형사사법정보시스템 KICS는 개청일에 사건 이첩·접수·배당 등 핵심 기능부터 가동하고,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추가 개통하는 단계적 전환 계획을 이미 발표한 상태였다. 민원 시스템 오류 중 일부는 이 ‘단계적 이행 설계’ 안에 포함된 미개통 기능의 문제였다. 그 계획의 존재를 보도하지 않은 채 ‘시스템 오류’만 전면에 내세우면, 독자가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준비를 덜 했다’가 아니라 ‘아예 작동을 안 한다’가 되는 것이다.
인력 66% 문제도 같은 구조다. 맥락을 함께 놓으면 숫자가 다르게 읽힌다. 검찰 인력을 중수청으로 유인하는 특례 임용 1차에서 2,375명이 지원해 정원의 82%를 넘겼다. 임용 자격 심사, 이탈, 공소청 잔류 선택 등을 거치면서 실제 출범 인원이 줄어든 것이다. 중수청은 경찰·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경력 채용으로 단계 충원할 계획이며, 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추가 특례 임용은 2027년 4월까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78년 된 제도를 전환하면서 첫날부터 정원 100%를 채우는 기관이 세상 어디에 있는지, 그 기준을 한 번이라도 적용한 선례가 있는지, 같은 지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방향과 일정을 한 문장에 묶는 수법
수장 공백은 다르다. 이 부분은 정부와 여당에 물어야 한다. 출범 날짜를 정해 둔 쪽이 초대 청장 인선을 제때 마치지 못한 건 변명하기 어렵다. 청문 일정이 밀린 데에는 여당 내부의 후보자 검증 논란과 추가 검증 과정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스스로 설정한 일정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것은 실책이다.
다만, 바로 여기서 보수 언론이 선택하는 수법을 짚어야 한다. 인선이 늦은 것과 개혁의 방향이 틀린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그런데 이 둘을 한 문장에 묶는 순간, 일정의 문제가 방향의 문제로 둔갑한다. ‘수장도 없이 출범한 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는 문장은 언뜻 당연하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기관 자체가 처음부터 불필요했거나 잘못 설계됐다는 것. 이 전제는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구조가 한국만의 낯선 실험은 아니다. 영국은 경찰이 수사하고 왕실검찰청 CPS가 독립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1985년에 도입했다. 독일은 검사가 수사를 법적으로 지휘하지만 실제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맡는다. 한국처럼 검찰이 광범위한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구조가 오히려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이 맥락은 ‘개혁이 옳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인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첫날의 혼선은 그 ‘어떻게’의 숙제지, 출발점 자체가 잘못됐다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프레임이 한번 설정되면 검증의 기준이 바뀐다. ‘수사·기소 분리가 왜 필요했는가’, ‘검찰이 78년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쥐고 무엇을 해왔는가’라는 질문은 뉴스 바깥으로 밀려난다. 대신 ‘개청 첫날이 완벽했는가’가 유일한 기준이 된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모두 알면서 그 기준을 들이대는 것, 그것이 이 보도들의 실제 기능이다.
첫날 시스템 오류는 수리돼야 하는 버그다. 인력 공백은 채워야 하는 빈자리다. 수장 공백은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인사 지연이다. 이것들은 모두 이행 과정의 문제이고,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그러나 이 이행 과정의 문제들이 78년 만의 구조 전환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그 구분을 흐리는 것이 보수 언론이 이 사안을 다루는 방식이었고, 그 흐림은 우연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