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설 분석]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차별 논란 자초한 대통령 발언 [출처:중앙일보]

중앙일보가 27일 사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국인 노동자 관련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제목은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차별 논란 자초한 대통령 발언”이었다. 이주민의 인권과 존엄을 걱정하는 논조였다.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사설을 읽으면서 내용보다 먼저 이 질문이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이주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게 언제부터였지?

비판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먼저 솔직하게 인정하고 가자.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번 돈을 “전부 다 본국으로 송금한다”는 식의 뉘앙스는 사실과 다르다. 이민정책연구원 자료 기준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실제 송금 비중은 총소득의 약 25.5%다.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세금으로 납부된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이 국내 경제에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는 162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돈을 다 빼간다”는 인식은 틀렸고, 그 인식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넌지시 흘렸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 비판 자체를 전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발언의 사실 오류는 사실 오류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 대표 시절에도, 대선 과정에서도 이주 노동자 문제를 세심하게 다뤄온 편이 아니었다는 점도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번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고, 지지자들이 무조건 방어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왜 지금 이주민을 걱정하나

문제는 비판의 내용이 아니라 비판의 주체와 시점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수년간 이주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나. 고용허가제의 구조적 문제,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인한 노동 착취, 이주 노동자 산업재해 통계, 농축산업 현장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런 주제들을 중앙일보 사설이 정면으로 다룬 적이 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보수 언론이 이주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울 때는 대개 두 가지 경우다. 범죄 통계를 다룰 때, 아니면 진보 진영을 공격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때.

이번이 어느 쪽인지는 사설 제목이 이미 말해준다.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차별 논란 자초한 대통령 발언.” 글의 논리적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라.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자는 방향인가, 아니면 이 대통령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향인가. 제목에서 이미 답이 나와 있다.

프레임이 작동하는 방식

보수 언론의 이런 사설이 효과적인 이유는 비판 대상을 명확히 꼽으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관심이 ‘피해자’를 향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판의 실제 목적지는 이재명이지만, 수면 위에 띄워놓는 얼굴은 이주 노동자다. 이렇게 하면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마치 이주 노동자 차별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가 형성된다.

이것이 프레임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프레임은 사실을 감추는 게 아니다. 사실을 특정 방향으로 배열해서 독자의 관심이 한쪽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의 발언 오류라는 실제 팩트를 끌어다 쓰면서, 그것을 ‘차별 대통령’ 이미지로 굳히는 방향으로 배열했다.

이주 노동자는 이 사설에서 논의의 실질적 주체가 아니다. 비판을 정당화하는 장치다.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다음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오류를 포함했고, 공식 석상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드러낸 것은 문제다. 그리고 중앙일보의 사설은 이주 노동자 인권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과 무관하게 작성된 정치적 공격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하는 것이 균형이다. 하나를 부정해야 다른 하나를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해체한다는 것은 대통령 발언에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아니다. 발언의 오류는 오류대로 짚되, 그 오류를 이용해 특정 방향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공학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진심으로 이주 노동자를 걱정한다면, 그 걱정이 이 대통령의 발언 이전에도, 이후에도 지면에 남아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고, 이번 사설이 끝난 뒤에도 없을 것이다.

이주 노동자는 누군가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중앙일보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려던 말이기도 하고, 내가 중앙일보에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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