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자신감’ 반성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들과 마주 앉은 건 지난달 간담회였다. 예고 없이 열린 자리에서 그는 개혁 후퇴의 이유를 단 세 글자로 압축했다. “과잉 자신감.” 집권 이후 연달아 삐걱거린 정책들에 대해 준비 없이 깃발부터 꽂았다는, 드문 자기 고백이었다.

솔직한 반성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불거진 건 대통령이 SNS에 문제의식을 던진 직후였다. 공급 통계는 그로부터 한참 뒤에 검토됐다. 레버리지 ETF 상장 문제는 부처 협의가 완결되기 전에 방향이 먼저 흘러나왔고, 농지 전수조사는 현장 농민들의 반발이 본격화된 뒤에야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세 사안 모두 구조가 같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방향을 제시하면, 부처는 그 발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뒤늦게 근거를 만들어온다. 목표는 분명하고 설계는 없다. 그 순서가 뒤집혀 있다.

이 패턴을 “과잉 자신감”이라고 부르는 건 틀리지 않다. 그런데 그 단어는 진단으로는 정확하지만, 처방으로는 텅 비어 있다.

자신감을 낮추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 개인의 심리 상태가 아니라, 그 자신감이 걸러지지 않고 정책 의제로 직행하는 구조에 있다. 참모가 이의를 달기 전에 SNS 게시물이 먼저 올라오고, 국무회의에서 이미 방향이 확인된 뒤 부처 실무가 시작된다면, 반성하는 대통령 혼자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구조가 그대로인 한, 다음번 “과잉 자신감”은 다른 얼굴을 하고 다시 온다.

직언이 살아남는 구조

역대 정부가 대부분 비슷한 경로로 무너졌다. 출범 초기 개혁 드라이브, 현장 마찰, 후퇴, 그리고 “소통 부재”라는 자기 진단. 이 순환의 공통 원인은 의지의 결핍이 아니었다. 반대 의견이 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의사결정 구조였다.

직언이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반론을 올린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경험적 확신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반론이 실제로 결정에 반영된 사례다. 둘 중 하나라도 쌓이지 않으면, 참모들은 빠르게 학습한다. 대통령이 원하는 답을 대통령이 원하는 속도로 가져오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이재명 대통령이 “과잉 자신감”을 인정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집권 중기에 자기 방식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지도자는 드물다. 하지만 그 발언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후속 행동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반론 하나를 끌어와야 한다. “정책 결정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한 건 오히려 추진력의 원천 아닌가.” 맞다. 의제 설정 능력, 공론화 속도, 부처 칸막이를 뚫는 힘, 이것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만 가동되는 기능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그 기능에서 실제로 강점을 보인다. 문제는 그 강점이 검증 단계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 생긴다.

속도와 검증은 트레이드오프가 아니다. 의제는 대통령이 빠르게 던지되, 그 의제가 구체적 정책으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제동과 보완이 작동하면 된다. 그 제동 장치를 만드는 것이 지금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이다.

반성이 행동 지침이 되는 건 그 다음이다.

실제로 바뀐 게 있는가. 이 질문은 간담회 이후 몇 달 안에 답이 나올 것이다. 다음 번 대통령의 SNS 발언이 정책 의제로 전환되는 속도, 그 과정에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빈도, 부처가 공개적으로 이견을 낸 사례가 있는지. 그것들이 달라졌다면 반성은 실질이다. 달라진 게 없다면, 그 간담회는 자기 고백의 형식을 빌린 여론 관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건 더 겸손한 말이 아니다. 자신의 말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줄 사례 하나다. 말은 이미 충분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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