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은 2025년 5월 22일자다. 제목은 “北 적반하장에도 말 한마디 없는 靑”. 북한이 MDL(군사분계선)을 침범하고 지뢰를 매설해 우리 군인 세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도발의 주어는 북한이다. 그런데 사설의 칼날은 이재명 정부 청와대를 향한다.
이 구조 자체가 이미 답이다.
사건의 경위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북한군이 MDL을 넘어 지뢰를 매설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군 장병 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 우리 군은 경고 사격으로 대응했고,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발송했다.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 채널을 동시에 가동한 셈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사설이 집중하는 것은 이 대응의 적절성이 아니다. “청와대가 침묵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사설의 핵심 비판이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을 끌어들이며, 우리가 스스로 억제력을 낮췄기 때문에 북한이 이런 도발을 감행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 연결 고리가 이 사설의 핵심 프레임이다.
프레임의 설계도를 보면
조선일보의 논리 구조는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포장돼 있다. ‘북한 도발 → 청와대 침묵 → 확성기 철거가 원인 → 이재명 정부의 유화책이 낳은 결과’. 북한의 행위에서 시작해서 이재명 정부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설계다.
이 구조에서 북한은 조연이다. 사설에서 정작 북한을 향한 분노는 짧고, 한국 정부를 향한 비판이 훨씬 길고 구체적이다. 도발한 당사자에게는 “적반하장”이라는 단어 하나를 붙여두고, 실제 지면의 에너지는 전부 청와대 공격에 쏟는다.
군사적 강경 대응을 당연한 상식처럼 전제하는 것도 이 프레임의 핵심 장치다. 확성기 방송 중단을 “억제력 포기”로 규정하면 외교적 관리는 자동으로 “굴종”이 된다. 그 전제를 독자가 받아들이는 순간, 이재명 정부는 변명할 여지가 없어진다. 프레임이 먼저 법정을 세우고, 피고를 불러들이는 방식이다.
확성기 방송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자. 조선일보는 이것을 이재명 정부의 일방적 양보처럼 서술하지만, 실제로 확성기 맞불 방송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면서 동시에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생활 피해를 안겼다. 소음 피해는 남측 주민에게도 발생했다. 억제력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모적인 갈등의 도구이기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확성기 방송이 실제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확성기를 가동했고, 북한의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도, 그 이전의 천안함과 연평도도 모두 확성기가 있던 시절에 벌어졌다. “확성기가 있으면 도발을 막는다”는 전제 자체가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확성기를 철거했기 때문에 이번 도발이 가능했다”는 인과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상관관계조차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반론을 하나 끌고 오자. “그래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북한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내지 않은 건 사실 아닌가. 침묵은 침묵이다.”
이것은 일부 타당하다. 대통령의 말은 그 자체로 외교적 신호다. 어떤 국면에서는 침묵이 메시지가 되고, 그 메시지가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이재명 정부가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비판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침묵이 문제다”에서 시작해 “확성기 철거가 원인이다”로 건너가는 순간, 이것은 정책 비판이 아니라 정치 공격이 된다. 그 연결을 정당화할 논거가 사설 안에 없다. 사설은 단지 두 사실을 나란히 놓고, 독자가 인과 관계를 스스로 채워넣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조선일보 프레임 설계의 완성이다. 명시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독자의 추론 방향을 설계하는 방식.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가 안보와 외교는 여야를 넘어 초당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다. 북한이 MDL을 침범하고 우리 군인이 다쳤을 때, 언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도발의 실체를 규탄하고,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군사·외교 전문가의 관점에서 따져보는 것이다. 경고 사격 대응이 충분했는가, 유엔 안보리 서한의 효과는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과의 외교적 소통 채널은 작동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사설의 내용이 돼야 정상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사설에는 그런 질문이 없다. 군사 전문가의 시각도, 외교적 맥락 분석도 없다. 있는 것은 “확성기 철거한 이재명 정부 탓”이라는 결론과, 그 결론을 향해 역방향으로 깔린 근거들뿐이다.
도발한 것은 북한이다. 그런데 이 사설에서 가장 많이, 가장 구체적으로 비판받는 주체는 이재명 정부다. 이것이 국가 안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인지, 아니면 안보 사안을 정쟁의 연료로 쓰는 것인지.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안보를 특정 정권 공격의 도구로 쓰는 순간, 그 언론은 안보를 지키는 편이 아니라 안보 담론을 오염시키는 편에 선다. 조선일보가 이번 사설로 그 경계를 넘었는지, 나는 넘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