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항소심 무죄… 소식 뜨자마자 반응한 한동훈 & 조국

판결문이 나오기도 전에 한동훈은 SNS에 올렸다.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오세훈 시장의 무죄를 환영한다.” 항소심 선고가 나온 직후, 반응 속도로만 따지면 한동훈이 가장 빨랐다. 조국이 그다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이 가장 먼저 오세훈 무죄에 ‘반응’했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 자체는 간명하다. 오세훈에 대한 직접 증거가 사실상 명태균의 진술 하나였는데, 재판부는 명태균 진술 전반의 신빙성을 부정했다. 직접 증거가 탄핵되면 그 위에 세워진 공소 사실도 무너진다. 법리 구조로 보면 이 결론은 억지가 아니다.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라는 원칙은 형사 사법의 기본이고, 그 원칙이 오세훈에게 적용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물론 ‘입증 실패로 인한 무죄’와 ‘실제로 아무 일도 없었음’은 다른 얘기다. 하지만 그 간극을 법원 바깥에서 메우는 건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한동훈의 역설

한동훈의 환영 메시지는 진심이었을까.

정치적으로 따져보면 오세훈의 무죄 확정은 한동훈에게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서울시장이 기소 상태로 묶여 있는 동안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선 구도는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오세훈이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 그 자리를 한동훈이 채울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무죄가 나왔다. 오세훈은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오세훈은 대선 레이스에서 한동훈의 직접 경쟁자가 된다.

그런데도 한동훈은 가장 먼저 환영 메시지를 올렸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순수하게 “사법 개입에 의한 정치인 축출”에 반대한다는 일관된 원칙론. 실제로 한동훈은 검찰 출신임에도 검찰의 정치화에 비판적 거리를 두는 포지션을 취해왔다. 이 맥락에서 오세훈 무죄 환영은 신념의 발현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계산. 오세훈이 어차피 살아남을 판결이라면, 가장 빨리 환영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이다. ‘나는 경쟁자의 무죄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이건 중장기 포지셔닝이다.

어느 쪽이든 한동훈의 메시지가 그가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과 정반대 방향이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게 원칙이든 계산이든, 적어도 행동으로는 일관성이 있다.

조국의 프레임 전환, 그리고 그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

조국의 반응은 결이 달랐다. 오세훈 무죄를 사법 개혁 논의의 소재로 끌어당기려는 시도가 역력했다. “검찰이 만들어낸 허구의 사건”이라는 프레임. 조국 본인도 검찰 수사의 피해자 서사를 구축해온 만큼, 이 구도에서 오세훈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으려 한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반응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오세훈 사건과 조국 사건은 내용이 다르다. 오세훈 항소심은 핵심 증인의 신빙성 문제로 공소가 무너진 것이고, 조국 사건은 물증과 다수 증인이 얽힌 사안이다. 이 두 사건을 “검찰의 정치 수사”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으려면 논리적 비약이 필요하다. 비약이 있는 프레임은 지지층 내부에서는 작동하지만, 설득이 필요한 중간층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시 보궐선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세훈이 유죄로 시장직을 잃으면 서울 보궐이 열리고, 그 선거는 야권에게도 전국적 이슈를 집중시킬 무대가 된다. 그 무대가 없어졌다. 조국 측이 오세훈 무죄를 사법 개혁 소재로 전환하려 해도, 그 담론이 실제 선거 에너지로 이어질 통로가 이번엔 닫혔다.

법원에 달려간 14명

선고 당일 법원을 찾은 국민의힘 의원이 14명이었다는 숫자는 여러 모로 흥미롭다. 선고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법원에 집결했다는 것은, 이 판결이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라 당의 정치적 방향과 직결되어 있다고 그들이 인식했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을 안고 법원을 찾았을 사람은 아마 장동혁일 것이다.

장동혁은 서울시 보궐 가능성을 전제로 당내 영향력을 키울 구도를 그려왔다. 오세훈이 유죄로 물러나면 서울 보궐이 열리고, 거기서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당권 경쟁과 맞물린다. 그 시나리오가 오늘 선고 하나로 전면 재조정되었다. 무죄 선고 앞에서 박수를 쳐야 하는데, 박수 치는 손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장동혁이었을 것이다.

오세훈 본인은 어떨까. 무죄를 받았지만 1심에서는 유죄였고, 이 사건은 상고심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법적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의 자리는 유지되었으나, 대선을 향한 길에서 이 사건이 남긴 그림자는 판결문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 가장 속 편한 사람은 오세훈도, 한동훈도, 조국도 아니다. 이 판결로 누가 이득을 봤는지 셈이 가장 명확하게 나오는 건 결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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