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을 벤다] “이재명 정부 철학과 반대”… ‘추미애 도정’ 질타한 여당 의원들

국감장에서 추미애를 가장 세게 몰아붙인 건 야당이 아니었다

2025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 국민의힘 의원들이 질의를 준비하는 동안, 같은 당 의원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 의원은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이렇게 따졌다. “도의회나 시군과 아무런 협의 없이 재정비상 선언을 먼저 하고, 사업 삭감을 통보한 거 아닙니까? 순서가 잘못된 겁니다.” 같은 당 최현일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행안부도 공식 재정위기로 판단하지 않은 사안인데, 비상 선언의 근거가 충분했다고 보십니까?”

야당이 침묵했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날 국감장에서 가장 날이 선 질의는 여당석에서 나왔다.


이 장면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단순히 “여당이 자기 편 지사를 흠집 냈다”는 식의 흥미 위주 독해는 피해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질의의 내용이다. 이광 의원과 최현일 의원이 지적한 핵심은 절차의 문제였다. 추 지사는 올해 초 경기도 재정비상 선언을 발표하면서 도의회, 기초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통보였다. 행정안전부의 공식 재정위기 판단도 없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각종 사업 예산을 삭감했고, 그 과정에서 216억 원 규모의 민생 예산이 대상에 올랐다가 이후 협상을 통해 겨우 복원됐다.

숫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 예산이 복원되기까지 도민은 기다려야 했다. 복지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불안,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혼란은 선언이 이루어진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차별화인가, 위기관리인가

추 지사 측의 논리를 들어보면 반론은 충분히 예상된다. 경기도 재정 상황이 실제로 녹록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방교부세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취득세 수입 감소, 복지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경기도뿐 아니라 다수의 광역지자체가 재정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왜 잘못이냐는 주장은 그 자체로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선제적 위기 대응과 절차 생략은 다른 문제다. 행안부가 공식 재정위기로 판단하지 않은 사안을 단체장이 먼저 ‘비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그 선언 이후 뒤따르는 행정 행위가 협의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느냐는 점이다. 도의회와 기초지자체를 결과를 통보받는 대상으로 취급했다면, 그건 위기관리가 아니라 일방 통보다.

재정비상 선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선언의 방식과 이후 집행의 절차가 민주적 거버넌스에 부합했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 국감 장면이 더 복잡하게 읽히는 이유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SNS 발언이다. 정확한 문맥을 따지자면, 대통령은 ‘호위호식’이라는 표현을 직접 추 지사를 겨냥해 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발언 시점과 내용이 추 지사의 재정비상 선언 기조와 충돌한다는 해석이 나왔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고 읽는다.

이 프레임, 즉 “추미애가 이재명과 거리를 두고 독자 노선을 구축 중”이라는 해석은 보수 언론이 가장 반기는 서사다. 왜냐하면 그 서사가 사실이든 아니든 민주당 내부 분열의 이미지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조선·중앙·동아가 이 사안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공통된 결이 있다. 추 지사의 도정 실패보다 여권 내부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이 지적한 절차 문제는 사라지고, “이재명 vs 추미애”라는 구도가 헤드라인을 채운다.

그 프레임을 따라가면 진짜 질문을 놓치게 된다. 경기도 도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재정 위기라면 그 위기를 누구와 함께, 어떤 절차로 돌파하려 하는가.


여당 의원들의 질의가 날카로웠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다.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지사의 문제 있는 행정을 감싸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의회의 역할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라면, 여당 의원들이 소속 지자체장의 절차 위반을 정면으로 따진 것은 그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다만 이 장면이 반복될수록 경기도 행정의 문제는 분명해진다. 추 지사의 재정비상 선언이 진정한 위기관리였다면, 도의회와 시군을 먼저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 반대로 그것이 정치적 행보의 일환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민생 예산이 인질로 잡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16억이 복원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복원이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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