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상가에서 천장 마감재가 무너져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날 이재명 대통령은 태릉골프장에 있었다. 청와대는 이를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은 현장에서 사고를 보고받고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직접 통화해 인명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관계기관에 인명구조 총력과 신속한 수습을 지시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야당이 이 장면에서 꺼내 든 단어는 ‘직무포기’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세월호 7시간을 외치면서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던 것을 직무유기라고 했다. 관저가 직무유기면 골프장은 아예 직무포기인가.” 주진우 의원은 골프 특검안을 대표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공세의 논리 구조는 단순하다. ‘위치=골프장’이면 ‘직무=포기’이고, 세월호 때 너희가 썼던 무기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조는 세월호 7시간의 내용을 정확히 알수록 더 허술해진다.
세월호 7시간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짚어보자. 검찰 수사와 후속 조사가 밝혀낸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물리적 위치가 관저였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고 당일 실시간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구조 골든타임 동안 실질적인 지시가 부재했으며, 보고와 지시 시각 기록까지 사후에 조작됐다는 것이었다. 위기 대응 시스템이 정지했던 것이다. 당시 “7시간”을 문제 삼은 건 대통령이 침실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침실에 있는 동안 국가 위기 대응 체계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안을 그 기준에 대입하면 결론은 분명하다.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보고를 받았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직접 통화했고, 관계기관에 지시를 내렸다. 보고 체계가 작동했다. 이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골프장=직무포기’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야당이 실제로 따지고 싶은 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 대통령이 재난 발생 시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원칙. 둘째, 대구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이 실질적으로 미흡했다는 주장. 그런데 야당이 선택한 건 이 둘 다 아니다. ‘위치’를 문제 삼는 것이다. 위치를 문제 삼으려면 위치가 직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청와대 발표는 그 반대를 말하고 있다.
골프 특검이라는 카드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검은 공직자의 형사적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제도다. 대통령이 휴일에 가족과 골프를 친 것은 어떤 법 조항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대구 상가 붕괴는 지자체와 소방청이 1차 대응하는 재난 구조이며, 현행 재난안전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를 의무화하는 조항은 없다. 주진우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구조 완료 이후에 나왔다는 점인데, 발표 시점과 지시 시점은 법적으로도 사실관계 면에서도 전혀 다른 사안이다.
이 구분을 의도적으로 뭉개는 것이 이번 공세의 방식이다.
골프 특검은 입법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고 실제 통과 가능성도 없다. 그렇다면 이 카드의 목적은 수사가 아니다. 지금은 국정감사 시즌이다. 이 시점에 야당이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대구 사고 대응의 골든타임이 효과적으로 운용됐는가”, “지자체-소방청-중앙정부 간 협조 체계에 공백이 없었는가”다. 그 질문 대신 골프장 위치를 의제의 중심에 놓는 것은, 국감 자체를 흐리는 방식이다.
장동혁 대표는 “직무포기”라고 말하면서 같은 발언에서 “대통령도 골프를 칠 수 있다”고 했다. 두 문장이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잣대를 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원칙이 아니라 공격 대상이 이재명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그건 정치 전술이지 헌정적 논쟁이 아니다.
세월호 7시간이 남긴 교훈은 “대통령은 재난 시 반드시 특정 장소에 있어야 한다”가 아니었다. “보고와 지시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였다. 그 교훈을 진지하게 계승하려는 세력이라면, 물어야 할 질문의 방향이 달랐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