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대표가 “욕이 나올 뻔했다”고 말한 건 지난달 민주당의 특정 원내 행보를 두고 한 발언이다. 민주당을 겨냥한 공개 비판치고는 꽤 날 선 표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발언보다 맥락이 더 궁금했다.
조국혁신당은 올해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냈다. 명분은 “우리가 더 선명한 민주적 가치를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알다시피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었다. 진보 표가 쪼개졌고, 어부지리는 야당 몫이었다. 조국혁신당의 득표율이 민주당 후보의 패차보다 컸다는 점에서, 그 선거에서 진보 진영 전체의 패인 중 하나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굳이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
그 위에서 민주당을 향해 “욕이 나올 뻔했다”고 한다. 이 장면의 아이러니가 보이는가.
물론 반론은 있다. 조국혁신당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이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면, 그건 민주당이 그만큼 자체 경쟁력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건강한 민주주의에서 진보 진영 내 복수 정당이 경쟁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존재 자체를 비판의 근거로 삼는 것은, 거꾸로 민주당의 독점적 지위를 당연시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
이 반론은 타당하다. 나도 받는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조국혁신당의 존재가 아니라, 비판의 발신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혹은 민주당과 어떤 관계도 없는 외부에서 “민주당이 이래서 문제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비판이다. 그런데 같은 진보 선거판에서 표를 나눠가진 정당의 대표가, 그 분산의 결과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한다면, 그건 비판이라기보다 책임의 전가에 더 가깝다.
소방차가 늦었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출동 직전에 불을 질렀다면, 그 분노의 정당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비판의 자격을 묻는 게 아니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건 “조국은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런 식의 논리는 비판 자체를 틀어막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내가 문제 삼는 건 비판의 방식과 타이밍, 그리고 그 비판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겨냥하고 있느냐다.
민주당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내 전술에서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거나, 시민 여론과 동떨어진 리듬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분명히 있다. 그건 비판받아야 한다. 그 비판의 목적이 민주당을 실제로 더 낫게 만드는 데 있다면.
그런데 지금 조국의 비판이 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욕이 나올 뻔했다”는 발언이 민주당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아니면 그 발언은 진보 진영 전체에서 민주당의 위상을 흔들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보다 더 선명하고 올바른 정당이라는 인상을 강화하는 데 복무하고 있는가.
구조가 이상하다. 조선일보가 “나라 걱정”을 명분으로 이재명 정부를 공격할 때, 그 걱정의 포장지 안에는 정권 교체라는 목적이 들어있다. 조국이 “민주당 걱정”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공격할 때, 그 걱정의 포장지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방향이 다를 뿐, 포장지와 내용물 사이의 간극이라는 구조는 닮아있다.
진보 진영 내 복수 정당의 경쟁은 나쁘지 않다. 단, 그 경쟁이 실질적인 정책 노선의 차이를 축으로 할 때의 이야기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제안하고, 그것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면, 그건 건강한 경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주당의 실수나 한계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구도라면, 그건 경쟁이 아니라 기생에 가깝다.
민주당이 흔들릴수록 조국혁신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구조. 그 구조 속에서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는 진심 어린 충고일까, 아니면 포지셔닝 전략일까.
나는 조국 전 대표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