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무기력한 민주당이 위기를 만들었다.” 이틀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였다. 1심 벌금 1000만 원, 시장직 상실형이 2심에서 뒤집혔고, 그 판결 직후 민주당 일각에서 보궐선거 가능성이 줄었다는 것에 안도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조국은 그 기류를 겨냥했다. “그 보도를 보고 욕이 나올 뻔했다.”
진보 진영이 이번 주 내내 이 세 가지를 붙들고 있었다. 추미애의 ‘재정 빨대’ 발언, 조국의 민주당 비판, 그리고 유시민과 김어준을 둘러싼 이른바 ‘정치 버블’ 논란. 겉으로는 별개처럼 보이지만, 이 세 사안에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이 관통한다. 비판의 목적지가 어디인가.
추미애 경기지사가 10월 13일 국정감사장에서 발언한 맥락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는 말은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관 인건비를 여전히 지방재정이 떠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설명하던 중에 나왔다. 2026년 기준 전체 소방 재원 8조 5967억 원 가운데 국비 지원 비율은 10.7%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떠넘긴 짐의 규모를 말하려다 언어가 삐끗한 것이다.
그렇다고 발언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현장에서 목숨을 거는 소방관들에게 ‘빨대’라는 단어는 상처다. 추 지사는 여러 차례 사과했고, 10월 20일에는 소방관 노조 관계자들과 직접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10월 21일 추 지사와 부승찬 의원에게 공식 경고 조치를 내렸고, 부승찬 의원은 윤리심판원 직권조사까지 회부됐다.
조선일보는 이 대목에서 사설을 뽑았다. 제목이 ‘추풍에 민심 우수수 떨어져도 징계 못 하는 여당의 딜레마’였다. 사설이 나간 시점에 이미 경고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는데도 ‘징계 못 하는’이라고 썼다. 강하게 징계하면 ‘내부 숙청’이라고 공격하고, 경고에 그치면 ‘딜레마’라고 비튼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공격 프레임은 미리 짜여 있다. 이런 구조를 두고 균형 잡힌 비판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대응이 발언 일주일 만에야 나왔다는 지적은 진보 언론도 했고, 그 지적은 사실이다. 느렸다는 비판은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팩트를 ‘딜레마’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하는 순간, 구조적 문제는 사라지고 여당 흠집 내기만 남는다. 조선일보가 소방 국비 지원 비율 10.7%를 들어 중앙정부 책임을 따진 적이 있는가. 그 자리에 다른 정권이 앉아 있었다면 그 구조를 지금처럼 다뤘을까.
조국의 비판으로 돌아가면, 진단 자체는 낯설지 않다. 사법개혁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 진영 통합에 실패했다는 것, 내부 권력투쟁에 몰입했다는 것.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나오던 이야기다. 방향도 맞다. 조희대 탄핵, 내란 청산 입법, 당내 통합. 이것들을 더 빠르고 선명하게 요구하는 것이 원내 소수당으로서 혁신당의 역할이라면,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조국이 그 글에서 한 가지를 빠뜨렸다는 것이다. 합당 논쟁을 가장 복잡하게 만든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진보 표 분산에 기여한 지분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민주당의 ‘무기력’을 공격하면, 그건 비판이 아니라 선점이다. 자신이 불 지른 자리에 서서 소방차 속도를 논평하는 격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조국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옳은 방향을 가리키면서도 자기 몫의 책임을 뺀 비판은 절반짜리 비판이다. 그 절반이 빠진 자리에 정치적 효과가 채워진다.
버블을 말한 건 송파 시민이었다
이번 주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무거운 장면은 따로 있었다.
유시민 작가는 올해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진보 공론장 안에서 뜨거운 논쟁이 붙었고, 오마이뉴스 분석에 따르면 유시민 관련 유튜브 댓글 6만 7000건을 분석한 결과 비판 여론이 옹호 여론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반응의 방향이다. 유시민 발언에 동조한 건 주로 극우 채널들이었고, 진보 유권자 상당수는 내용보다 타이밍을 물었다. 왜 지금 이 비판인가.
그 논쟁 속에서 한 오마이TV 생방송에 송파 시민이 전화를 걸어 말했다고 한다. ‘정치 버블이 있었다. 유시민은 김어준에게 속았다.’ 원본 영상이 별도 보도로 확인되지 않아 직접 출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이 발언이 퍼진 이유는 내용 때문이 아니라 주체 때문이다.
유명 논객이 아니라 평범한 시청자가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봤다. 왜 나는 반대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는가. 이 자성이 먼저였다는 것. 국민의힘이 ‘친명 팬덤을 보라’며 이 장면을 들고 다니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보수 언론은 이 장면을 진보 내부 균열의 증거로 쓰고 싶겠지만, 자기 언론 생태계를 스스로 점검하는 것은 균열이 아니다. 그것이 균열처럼 보인다면, 진영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그동안 얼마나 억눌려 있었는지를 반증할 뿐이다.
세 사안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 추미애 발언은 구조적 문제에서 시작해 언어의 실수로 끝났고, 조국의 비판은 옳은 방향을 가리키면서 절반의 책임을 비워뒀고, 버블 논란은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부의 자성에서 시작됐다.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묶어 ‘진보 진영의 위기’라고 읽는 건 너무 편한 독법이다. 조선일보가 원하는 독법이기도 하다. 비판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보면, 같은 팩트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다음 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혁신당이 2차 탄핵안을 민주당에 전달한 상태고, 민주당은 국정조사 우선 검토 입장이다. 이 속도 차이가 좁혀지는지, 더 벌어지는지가 이재명 정부 국정 동력의 실질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비판은 필요하다. 다만 비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항상 물어야 한다. 같은 말도 목적지에 따라 칼이 되기도 하고 방패가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