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사설에서 “국헌 문란”이라는 단어를 썼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공식 논의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 단어를 처음 읽었을 때, 잠깐 멈췄다.
국헌 문란. 내란죄의 핵심 구성 요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법원이 내란으로 판단한 근거도 바로 이 개념이었다. 헌정 질서를 실력으로 파괴하거나 변란을 일으키는 행위. 그 단어를 조선일보는 이제 탄핵소추를 논의하는 국회 다수당에 갖다 붙였다.
단어 선택은 언제나 의도를 담는다. 우연이 아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꺼낸 직접적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대법관 재제청을 대법원장이 거부한 사건이다. 대통령이 기존 대법관 후보자를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고, 조 대법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당은 이를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가로막는 행위로 해석했고, 탄핵 논의로 이어졌다.
이 사안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대법관 제청은 헌법상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그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인사권자로서의 정당한 의사표시인지,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린다. 탄핵이 정치적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사설은 그 복잡한 법적 논쟁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사설이 실제로 한 일
조선일보 사설의 구조는 단순했다. 탄핵 논의가 시작됐다 → 사법부를 정치로 통제하려는 시도다 → 이는 “사법부 기능 침해”이며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 세 단계가 전부다.
법적 근거 검토는 없었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적으로 유효한지, 대법원장의 거부가 권한 범위 내에 있는지,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이 상황에서 행사될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을 비켜간 채 사설은 곧장 결론으로 달려갔다.
탄핵은 헌법 제65조가 명문으로 보장하는 국회의 권한이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는 것 자체는 헌법이 설계한 절차다. 그 절차의 적절성과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조선일보가 “국헌 문란”이라는 단어로 하려 한 것은, 그 헌법적 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것을 범죄적 행위로 규정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이 프레임의 구조가 드러난다. 탄핵 = 사법부 침해 = 국헌 문란. 이 등식이 성립하면,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은 내란과 같은 범주에 놓인다. 내란을 저지른 세력을 심판하려던 여당이, 내란을 저지른 세력이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통째로 뒤집힌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라 언어 조작이다.
조선일보가 “국헌 문란”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정작 건드리지 않은 것이 있다. 만약 탄핵소추가 정말 국헌 문란이라면, 그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했을 때 소추를 추진한 측은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헌 문란은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그 단어를 사설에 쓰면서 그 논리적 귀결을 진지하게 주장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국헌 문란”은 법적 판단으로 쓰인 게 아니라 정치적 낙인으로 쓰였다. 독자들에게 탄핵이라는 단어와 내란이라는 단어를 같은 계열로 느끼게 만들기 위한 언어적 장치다. 법적 엄밀함을 요구하면 이미 그 기능은 다한 뒤다.
이런 방식의 언어 사용이 왜 문제인지는 분명하다. 독자들이 “탄핵”과 “국헌 문란”을 한 묶음으로 기억하게 되면, 헌법재판소의 실제 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탄핵 논의 자체가 이미 불온한 것으로 코딩된다. 여론의 선입견이 형성된 이후에는,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려도 “그래도 탄핵은 잘못된 것이었다”는 정서가 남는다. 이것이 조선일보 사설이 실제로 수행한 기능이다.
대법원장 탄핵이 옳은 선택인지를 이 글에서 결론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법적으로 복잡한 문제이고,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사안이다. 탄핵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경청할 수 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그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사설은 논의 자체를 내란에 준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는 사법 독립을 지키자는 주장이 아니다. 특정 정치 세력의 헌법적 권한 행사를 범죄화하려는 언어 전략이다.
“국헌 문란”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무겁다. 그 무게를 아는 신문이라면 그것을 이렇게 가볍게 꺼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