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분석] 찢긴 지지층, 반쪽 지지로는 김민석도 당도 못 버틴다

조선일보 사설이 민주당을 걱정했다. 제목부터 단도직입적이었다. “찢긴 지지층, 반쪽 지지로는 김민석도 당도 못 버틴다.” 민주당 내부 갈등을 진단하고, 통합을 촉구하는 형식이다. 읽다 보면 꽤 진지하게 여당의 앞날을 염려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민주당을 걱정한다.

이 문장 자체가 이미 질문이다.


사설이 열거한 근거들은 실재한다. 신천지 가입 논란을 둘러싼 내부 잡음,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벌어진 계파 간 온도차, 그리고 김민석 대표 체제에 대한 지지층 일부의 피로감. 이것들을 부정하면 거짓말이 된다. 민주당이 아무 마찰 없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하지만 팩트의 나열과, 그 나열이 구성하는 서사는 별개다.

조선일보 사설이 선택한 프레임은 ‘걱정하는 조언자’다. “이렇게 가다간 여당도 무너진다”는 우려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포장지 아래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다르다. 여당 내부의 마찰을 ‘분열’로 명명하고, 그 이미지를 최대한 선명하게 새기는 것. 충고의 문법은, 비판의 독성을 중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사 장치다. “우리가 뭐 틀린 말 했냐, 걱정해서 한 말인데”라는 반박 가능성을 미리 선점해둔다.

실제로 사설 어디에도 야당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이 시기에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는지, 어떤 정책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 당 내부에는 과연 갈등이 없는지. 한 줄도 없다. 비교 없는 비판은 기준 없는 재판이다. “피고석에 앉혀 놓고, 판사석은 비워두는” 방식이다.

‘조용한 야당’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

국민의힘이 요즘 유독 조용하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사설이 민주당 내분을 걱정하던 그 시간, 야당에서는 무슨 논쟁이 오갔나. 차기 당권을 두고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신경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재편을 둘러싼 노선 갈등, 총선 패배 책임론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 잠복해 있다는 사실. 이것들은 보수 언론의 사설 주제로 잘 오르지 않는다.

야당이 조용한 게 아니라, 보수 언론의 카메라가 야당 쪽을 향하지 않는 것이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여당의 내부 토론은 ‘분열’로, 야당의 같은 현상은 ‘정비’ 혹은 ‘쇄신 과정’으로 묘사되는 언어의 비대칭. 조선일보 사설이 민주당에 “닥치고 통합”을 주문하는 순간, 그 동일한 기준이 국민의힘에도 적용되는지 독자는 물어야 한다.

물론 이 지점에서 반론이 있다. 여당이니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니냐는 것. 일리가 없지 않다. 집권 세력은 당연히 야당보다 강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그건 맞다.

그러나 감시와 프레이밍은 다르다. 마찰을 보도하는 것과, 마찰을 ‘붕괴의 전조’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행위다. 전자는 저널리즘이고, 후자는 정치다. 조선일보 사설이 이번에 한 일은 후자에 가깝다. “찢긴 지지층”이라는 표현부터가 이미 진단이 아니라 선고다.


민주당 내부에 긴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집권 여당이든, 이 규모의 정당이 하나의 목소리로 움직이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두고 이견이 존재한다는 건, 정당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신천지 논란은 해명과 책임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그것이 곧 당 전체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균열인지는 별개의 판단이다.

조선일보 사설이 원하는 건 민주당의 통합이 아니다. ‘민주당이 분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독자들 사이에서 굳어지는 것이다. 통합을 촉구하는 글이, 아이러니하게도 분열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유통시키는 수단이 된다.

그 걱정, 진심이라면 야당에도 똑같이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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