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한 줄] 한동훈, 과거는 다 잊었나? 폰 비밀번호도 못 주는 국회의원

2024년 국정감사장에서 한동훈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은 거부했다.

두 문장이 같은 사람 입에서 나왔다.


검사 출신 정치인에게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이제 너무 식상하다. 그 단어가 소비되고 닳아서, 정작 구체적인 장면이 흐릿해진다. 그러니 장면을 다시 선명하게 그려보자.

한동훈은 검사 재직 시절 기소 계획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공무상 비밀 누설로 고발한 상태다. 피의자 신분에서 수사 협조를 천명했지만, 정작 디지털 포렌식의 핵심인 휴대폰 잠금 해제에는 응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이 내세운 논리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였다.

이 논리 자체는 법리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피의자에게도 방어권은 있다. 그러나 한동훈이 바로 그 논리를 쓴다는 데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그가 검사였을 때

한동훈이 직접 지휘하거나 관여한 수사들을 떠올려보면, ‘프라이버시’나 ‘방어권’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얇게 취급됐는지가 보인다. 2019년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그리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겨냥한 수사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은 수사의 기본 도구였고, 협조를 거부한 측에 가해지는 사회적 낙인도 상당했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핸드폰 주세요”라고 할 때, 그 요구를 거절하면 세상은 어떻게 봤던가. 한동훈 본인도 그 시선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안다.

그래서 그의 비밀번호 거부는 단순한 법적 권리 행사가 아니다. 법의 언어를 가장 날카롭게 다뤘던 사람이, 이제 그 언어를 방패로 쓰고 있다는 장면이다.


여기서 반론 하나를 꺼내야 공정하다.

민주당의 ‘한동훈 전담팀’ 구성이 과연 순수한 진실 규명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가. 김민석 당 대표의 수첩 메모에서 ‘한동훈 아웃, 한동훈 파일’이라는 문구가 포착됐고, 정봉주 특보는 가족 팀, 디지털 팀, 현대고 팀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파고들겠다고 예고했다. 이 그림이 ‘의혹 규명’이 아니라 ‘정치적 표적 사냥’으로 읽힌다는 비판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집권 여당이 제1야당 유력 정치인을 전담팀까지 꾸려 압박하는 구도. 권력 남용이 아닌가.

그 비판을 받아들이더라도, 결론이 바뀌지는 않는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과, 의혹의 실체가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고발 이전부터 언론 보도로 충분히 알려진 사안이었고, 한동훈 스스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언명으로 공론장에 그 기준을 세웠다. 민주당이 그 기준을 들이미는 건, 적어도 그 부분에서는 정당하다.

상대방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해서 팩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건 검사 출신이라면 누구보다 잘 아는 원칙이다.


더 냉정하게 보면, 이 상황에서 한동훈이 처한 딜레마는 그가 설계한 것이기도 하다.

“적극 협조”를 선언했을 때, 그는 아마도 그 말이 도덕적 방어선이 될 거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협조를 천명하면 ‘탄압받는 정치인’ 프레임이 서고, 수사가 무리하게 보이면 여론이 그쪽으로 기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언이 오히려 기준이 됐다. 비밀번호를 내놓지 않는 순간, 그 기준은 스스로를 향했다.

정치적 언어가 되돌아오는 방식은 항상 이렇다. 가장 강하게 던진 말이, 가장 날카롭게 꽂힌다.


전담팀이 실제로 무엇을 꺼내올지는 아직 모른다. 가족 관련 의혹도, 현대고 학력 논란도, 디지털 포렌식 결과도 지금은 ‘예고’의 영역이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민주당의 공세를 기정사실처럼 다루는 것도, 반대로 의혹 전체를 정치 공세로 묵살하는 것도, 둘 다 섣부르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 확정된 사실은 하나다.

검찰 권력의 작동 방식을 가장 정밀하게 알고, 가장 오랫동안 그 안에서 일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휴대폰 잠금을 풀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 거부에 법적 근거가 있다 해도, 그것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는 그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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