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분석] 한동훈 딸, ‘부모 찬스’ 의혹 ‘노트북 기부’ 내세워 서울시장상 수상

한동훈 의원은 2022년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딸이 기업 기증을 스펙으로 활용한 사실이 없습니다.” 단호했고, 짧았고, 논란은 그 자리에서 덮이는 듯했다.

그런데 서울시장상 공적조서가 남아 있었다.


2020년, 한동훈 의원 딸은 부모 지인이 임원으로 재직 중인 기업을 통해 노트북 50대를 복지시설에 기부 연계했다. 이 활동은 이듬해인 2021년 서울시장상과 인천시의회의장상의 공적으로 기재됐다. 두 개의 수상 이력이다.

한 의원의 답변은 기술적으로는 틀리지 않았을 수 있다. 수상 시점이 대입 이후였다면, 대입 스펙으로 ‘활용’한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답변이 의도한 인상—”딸의 활동은 순수했고, 부모의 인맥이 작동하지 않았다”—은 공적조서 한 장으로 무너진다. 청문회 답변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 답변이 만들어낸 인상 자체가 이미 기만이었다.

한겨레가 놓친 지점

한겨레 사설은 이 사안을 ‘부모 찬스’와 ‘수상 취소’ 두 축으로 묶었다. 프레임은 명료하다. 불공정한 기회를 얻었으니 그 결과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문제의 핵심을 절반만 건드린다.

진짜 문제는 수상 이력 자체가 아니다. 수사다.

경찰은 이 사건을 1년 8개월 동안 수사했다. 그리고 압수수색 영장을 단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업무방해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걸린 사건에서, 공적조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사 절차—관련 서류 확보—를 생략했다는 뜻이다.

한겨레 사설은 수사의 부실함을 언급하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설의 주변부에 놓였다. ‘부모 찬스’의 도덕적 문제가 전면에 섰고, 수사 부실은 배경음처럼 흘렀다. 이 순서가 문제다. 도덕 비판은 정치적 공방으로 소모되지만, 수사 부실은 제도적 책임의 문제다. 전자는 지지자들의 귀를 닫고, 후자는 열어야 할 질문을 만든다.

압수수색 없는 1년 8개월. 이 사실을 중심에 놓아야 글이 달라진다.


반론을 하나 끌어오자. “딸의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진 건 사실 아니냐, 결과적으로 노트북은 기부됐고 수혜자는 있었다. 왜 그걸 문제 삼느냐.”

이 반론은 절반은 맞다. 노트북 50대가 복지시설에 전달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기부의 결과 자체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구조다. 부모의 인맥이 없었다면 그 연결이 성사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이다. 공적 수상의 근거가 된 활동이, 해당 기업 임원과의 사적 연결 없이도 동일하게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이다.

공적 표창이란 개인의 의지와 노력을 사회가 인정하는 제도다. 부모 인맥이 만들어준 기회를 개인의 성취로 포장해 공적 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행위는, 그 기부의 결과와 무관하게 제도의 신뢰를 침식한다. 복지시설이 노트북을 받은 것과, 그 과정이 공정했느냐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


이 사안이 끝끝내 불편한 이유가 있다.

한동훈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법의 문언과 사실관계의 경계를 누구보다 정밀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청문회 답변이 “스펙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마도 그 정밀함이 작동한 결과였을 것이다. 대입 이전의 활동이 대입 스펙이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활동은 이후 공적 표창의 근거가 됐고, 그 표창은 정치인 한동훈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서사의 일부로 소비됐다.

기술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의 인상을 왜곡하는 것. 이것은 법정에서는 무죄를 만들어내지만, 정치에서는 신뢰를 잃게 만든다. 그리고 경찰이 영장 한 장 없이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사실은, 그 신뢰의 문제가 개인 한동훈에게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제도가 특정인을 중심으로 다르게 작동할 때, 그게 예외인지 관행인지를 가리는 것이 수사다. 1년 8개월이 지났고, 영장은 없었고, 무혐의가 나왔다. 그 결론을 믿을 근거를 경찰 스스로 만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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