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찰이 한동훈 전 장관 딸의 입시 스펙 의혹을 수사하면서 미국 측에 국제형사사법공조(MLAT)를 요청했다. 딸이 미국에서 작성했다는 논문, 현지에서 수행했다는 봉사활동 기록, 해외 앱 개발 이력 — 진위 확인에 미국 당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경찰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요청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멈췄다.
검찰은 “자료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MLAT 요청을 미국에 전달하지 않고 자체 반려했다. 수사 기관이 판단한 필요를, 기소 기관이 덮어쓴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그 장관의 지휘 계통 안에 있었다.
이 구조를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소명 부족”이라는 사유가 법적으로 말이 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MLAT 요청에는 필요성 소명이 요구된다. 절차적 하자가 있었을 수도 있다. 검찰이 단순히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 반론을 정면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원칙 적용이라면, 왜 이 사건에서만
MLAT 요청을 반려한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법무부와 검찰이 공조 요청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그 기준이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됐느냐’다.
비교 대상은 멀리 있지 않다. 2019년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의혹 당시, 검찰은 관련 기관과 인물에 대해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딸의 논문 공저자 연구실까지 들어갔다. 그 수사에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건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당시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장했다는 비판을 진보 진영으로부터 받을 정도였다.
같은 유형의 사건, 같은 쟁점 — 자녀 스펙의 진위. 한쪽은 연구실 압수수색까지, 다른 쪽은 국제 공조 요청 자체를 차단. 이 차이를 절차적 일관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두 사건은 증거의 성격이 다르고, 혐의의 구체성도 다를 수 있다. 그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소명 부족”이라는 판단이 장관의 소관 부처 안에서, 장관 본인의 혐의와 관련된 수사에 대해 내려졌다는 사실은, 절차적 판단 이상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해충돌의 가능성이다.
이해충돌은 실제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느냐와 별개로, 구조 자체가 문제다. 판사가 자기 가족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문제인 이유는 그가 반드시 부당하게 판결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구조 자체가 신뢰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스펙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
한동훈 딸의 스펙 의혹은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처음 불거졌다. 의대 편입 과정에서 제출된 스펙 — 수천 시간대로 기록된 봉사활동, 공동 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논문, 개발자로 표기된 앱 — 각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중 어떤 것이 실제 허위였는지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판단할 수 있다. 지금 이 칼럼이 주목하는 지점은 스펙의 진위 자체가 아니다.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사가, 수사 대상자의 영향권 안에 있는 기관에 의해 차단됐다는 구조다.
수사가 막혔으니 결백하다고 말할 수 없다. 수사가 막혔으니 유죄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수사를 막은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해야 한다. 그것이 법무부 장관 재직 중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 지휘 계통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은, 의혹의 핵심이다.
한동훈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공정”을 가장 선명한 언어로 사용했다. 조국 사태를 “공정의 문제”로 규정하며 정치적 기반을 쌓은 인물이다. 그 언어의 정당성은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때만 의미가 있다.
공정은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작동하는 원칙이 아니다. 자기 차례에 수사 진행을 막는 구조가 작동한다면, 그것은 공정의 외피를 쓴 권력의 자기 보호다. 그리고 그 자기 보호가 “소명 부족”이라는 법적 언어로 포장됐을 때, 문제는 더 선명해지지 않고 더 불투명해진다.
지금 이 사안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한동훈이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장관 시절의 일이라는 이유로 덮어두기에는, 그 시절에 작동한 구조가 지금의 정치를 규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검찰이 누구를 수사하고, 누구의 수사를 막느냐 — 이 비대칭이 한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돼왔다.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쯤 우리는 혐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논하고 있었을 것이다. 수사가 막혔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그 구조를 논하고 있다.
그 구조를 만든 것이 누구인지는 이미 기록에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