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폭발, ‘이적행위’ 외치기 전에 이것부터 보세요

지난달 서부전선 DMZ에서 지뢰 추정 폭발이 발생했다. 우리 장병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에서는 ‘이적행위’와 ‘탄핵 사유’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고발장이 경찰에 잇따라 접수됐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지뢰 폭발이 아니라, 그 이후 사흘 동안 벌어진 일에 관한 글이다.


야당이 문제 삼은 건 조사 기간이었다. 닷새가 걸렸다는 것, 그 자체를 ‘고의 지연’이자 ‘은폐’의 증거로 제시했다. 언론 일부도 이 프레임을 빠르게 받아 올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적행위’ ‘늑장 대응’ 같은 표현을 기사 제목에 올렸다. 법적 요건을 설명한 단락은 없었다. 낙인이 먼저였고, 근거는 나중 문제였다.

그렇다면 닷새는 비정상적으로 긴 시간인가.

DMZ 현장 조사에는 유엔군사령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이건 이재명 정부가 만든 규칙이 아니다. 정전협정 체계에서 비롯된 국제 관례로, 수십 년째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절차상 수일 소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8월, 박근혜 정부 당시 서부전선에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병사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때도 초동 현장 조사에 수일이 걸렸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지금 국민의힘의 전신, 그 당이 ‘이적행위’를 주장했나. 기록을 뒤져봐도 그런 발언은 없다. 절차는 2015년과 지금이 같다. 달라진 건 어느 당이 청와대에 있느냐뿐이다.

이쯤에서 반론을 직접 끌어와야 한다. “절차가 같더라도 이번엔 공개가 너무 늦었던 것 아닌가. 국민이 불안해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조사 경과를 더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했다면, 이 공방 자체가 훨씬 작아졌을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고 해서 설명 의무가 면제되는 건 아니다. 정부가 이 부분에서 더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한다는 비판은 수용할 만하다. 그 점은 분명히 짚는다.

그러나 그것과, ‘이적행위’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형법상 이적죄와 여적죄는 구성요건이 까다롭다. 적을 이롭게 한다는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단순한 행정 절차 지연, 혹은 공개 시점에 대한 판단 차이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건 형법 기초 수준의 상식이다. 국민의힘이 접수한 고발장이 실제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들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면 왜 하는가.

고발장은 법적 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다. ‘이적행위’라는 단어가 뉴스에 걸리면,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그 낙인은 어느 정도 남는다. 이건 야당의 오래된 수법이기도 하고, 여당도 과거에 썼던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에 특히 문제적인 건, 무대가 안보라는 점이다. 아직 원인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에서 먼저 ‘은폐’, ‘이적’을 외치면, 그 소음이 가장 반길 상대는 어디에 있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상대가 이 혼란에서 공짜로 이득을 본다. 안보를 명분으로 들고나와서, 실질적으로는 안보를 해치는 방식이다.

야당은 은폐의 증거를 단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발장은 쌓이는데, 은폐의 구체적 정황은 없다. 이 비대칭이 전부를 말해준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따져야 할 것들이 있다. 지뢰의 출처가 무엇인지, 우리 군의 초기 대응에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지. 이것들이 진짜 안보 논의다. 부상당한 장병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과, 그 사고를 둘러싼 정치 공방을 냉정히 해체하는 것은 양립한다.

조사 결과도 없이 이적행위를 주장하는 것은 안보가 아니다. 안보를 소재로 한 정치 장사다. 두 가지를 혼동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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