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나고 약 열흘이 지났다.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1곳을 가져갔고, 언론은 일제히 “압승”이라고 썼다. 당내 분위기는 자축에 가깝다. 그 자축의 한가운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있다.
이 부분을 조금 천천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장동혁은 12·3 계엄 이후 극도로 분열된 보수 정당을 어떻게든 붙들었다. 탄핵 정국에서 친윤계의 저항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당이 완전히 해체되는 것을 막았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목소리의 방향이 ‘장동혁 퇴진’인지 ‘노선 재정립’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오세훈과 한동훈은 각자의 방식으로 차기 구도를 준비하고 있고, 보수 진영의 재편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금 읽고 있는 지형은, 아직도 “장동혁의 국민의힘”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를 먼저 보자.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사실상 가져올 수 있는 구도로 들어갔다.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있었고, 12·3 계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의 완승이 아니었다. 오세훈은 그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경쟁적인 득표율을 유지했다. 이 결과를 두고 “서울은 어렵다”는 교훈을 끌어내야 할 민주당이, 오히려 “이겼으니 됐다”는 방향으로 소화했다면 그건 심각한 오독이다.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러 곳에서 민주당의 후보 경쟁력과 조직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도 나왔다. 민주당이 이긴 건 맞다. 그런데 ‘왜 이겼는가’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같은 조건이 재현되지 않았을 때 속수무책이 된다.
약한 상대를 이기는 것과 강한 상대를 이길 준비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근육을 쓴다. 그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것이 지금 민주당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전당대회 국면도 그 함정 안에 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경쟁다운 경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 사이에서 노선의 차이가 선명하게 부각되는 대신, 서로 흠을 파내는 방식의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구도가 이상하지 않으려면, 당이 압도적 우위에 있어서 내부 정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 그 전제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문제는 거기에 있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는 당 운영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자리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 1년 차에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후보들이 각자의 비전을 경쟁시켜야 한다. 그 경쟁이 없으면, 전당대회는 당의 근육을 키우는 대신 소모시킨다.
반론을 하나 정면으로 인정하고 가겠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내분 중인 상황에서 굳이 긴장감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전략이다.” 이 논리는 단기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논리가 맞으려면, 보수 진영의 재편이 민주당에 유리한 방식으로 마무리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오세훈은 서울에서 검증된 조직 기반을 갖고 있다. 한동훈은 탄핵 정국에서 보수 내 일정한 도덕적 지분을 확보했다. 이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대선 구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민주당이 지난 2년간 싸워온 상대와는 완전히 다른 지형이 펼쳐진다. 그 지형에서는 “저쪽이 나쁘다”는 대조 전략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절대평가의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윤석열이라는 비교 대상은 사라졌다. 장동혁이라는 만만한 상대도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 민심은 정부가 무엇을 했는가, 삶이 나아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전환이 이미 시작됐는데, 민주당의 내부 시계가 아직 탄핵 정국에 맞춰져 있다면, 타이밍을 놓치는 건 순식간이다.
장동혁이 취약한 동안, 민주당은 진짜 경쟁력을 키웠어야 했다. 후보군을 단련시키고, 정책의 성과를 구체적 언어로 만들고, 다음 대선의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했다. 그 시간을 내부 소모전으로 썼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나중에 청구된다.
쉬운 상대를 이긴 것이 실력의 증명은 아니다. 그것이 지금 민주당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불편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