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분석] 대장동 변호인 가족을 국세청장 이어 비서실장에

조선일보가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보은 인사”라고 규정한 것은 2025년 5월의 일이다. 사설의 핵심 논거는 단 하나였다. 임 실장의 처남이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사건 변호인이었다는 것. 조선일보는 이 한 줄로 30년 공직 경력 전체에 의혹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그 한 줄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그 한 줄을 왜 프레임의 중심에 놓았는지다.


임광현은 1994년 행정고시로 국세청에 들어와 29년을 세무 행정에서 보낸 관료다. 국세청 내부에서 차장까지 올랐고,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국세청장을 거쳐 이번에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경력의 궤적만 보면 조세·행정 분야의 전문 관료가 당적을 갖고 입각한 사례다. 이런 경력은 통상적인 고위직 인사에서 “검증”의 핵심 대상이 된다. 전문성, 도덕성, 정책 방향의 일관성.

조선일보 사설은 이것들을 다루지 않았다.

대신 처남의 직업을 앞에 세웠다. 논리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처남이 이재명 변호인이었다 → 임광현이 그 덕에 요직을 얻었다 → 이것은 변호사 수임료를 공직으로 갚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명시적으로 이 세 단계를 다 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설의 단어 배치와 단락 구성이 독자를 이 방향으로 유도한다. 명시하지 않아도 연상은 작동한다. 이것이 프레임의 기술이다.

연좌제 프레임은 왜 유효한가

연좌제는 폐지된 법 조항이지만, 언론 프레이밍으로서는 여전히 강력하다. 인간은 관계로 사람을 판단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저 사람 주변에 수상한 인물이 있다”는 신호는 직관적으로 경계심을 촉발한다. 증거가 없어도. 논리가 허술해도.

조선일보가 이 기법을 처음 쓴 것도 아니고, 보수 언론만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유효하다는 사실이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독자가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임광현 본인이 그 처남과 어떤 이해관계를 공유했다는 구체적 근거가 있는가? 사설 어디에도 그 답은 없다.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당사자의 판단과 행동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처남이 누구의 변호인이었는지는 임광현의 직무 수행 능력이나 도덕성과 논리적 연결고리가 없다. 이 연결고리를 독자 스스로 상상으로 채우게 만드는 것이 조선일보 사설의 실제 작동 방식이다.


반론도 있다. 고위직 인사에서 “측근 네트워크”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언론 기능 아니냐는 것이다. 맞다. 정당하다. 그런데 측근 네트워크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 네트워크가 실제로 인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을 보여줘야 한다. 처남의 직업이 아니라, 예컨대 임광현이 국세청장 시절 이재명 측과 관련된 세무 조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같은 직무 관련 행태 말이다. 그런 취재가 있었다면 훨씬 강력한 비판이 됐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방향으로 파면 비판이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남 한 줄이 훨씬 효율적이다.


더 불편한 질문을 던져보자. 조선일보가 지지하거나 우호적으로 보도했던 역대 보수 정권의 고위직 인사들, 그들의 친인척 직업과 이해관계를 같은 기준으로 검증한 사설이 몇 편이나 있었나. 이 물음에 조선일보 독자들도 대답을 알고 있다.

기준의 일관성은 언론 신뢰의 기본 조건이다. 진보 정권 고위직의 처남 직업은 사설로 다루면서, 보수 정권 고위직의 배우자 사업체나 자녀 취업 특혜는 단신으로 묻어두는 편집 판단의 비대칭성, 이것이 한국 보수 언론 전반에 걸쳐 반복되어온 패턴이다. 이번 사설도 그 패턴의 한 사례다.

인사 비판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항상 최선이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공직 임명에서 검증은 엄격할수록 좋다. 그러나 검증의 칼날이 당사자의 직무와 행동이 아니라 가족의 직업으로 향할 때, 그것은 인사 비판이 아니라 인격 오염이다. 그리고 그 오염이 언론 사설의 언어로 이루어질 때, 우리는 그것을 저널리즘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이 임광현의 어떤 직무상 판단이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날, 그때는 진지하게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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