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36세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 김보미가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도 없고, 계파 배경도 없고, 중앙정치 이력도 없는 13년 차 평당원이 당대표 자리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언론은 대체로 이 사실을 흘려 보냈다. 관심은 이미 이재명 전 대표의 복귀 여부와 친명·비명 구도로 쏠려 있었으니까.
그런데 김보미가 정견발표에서 꺼낸 발언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민주당을 ‘5무 정당’이라 불렀다. 공정이 없고, 민주가 없고, 세대교체가 없고, 청년이 없고,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 당 이야기다.
이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누가 했느냐에 있다.
피해자의 언어
비판의 무게는 발언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보수 야당이 “민주당은 공정하지 않다”고 하면 그것은 정치 공세다. 언론이 “민주당은 청년을 외면한다”고 쓰면 그것은 프레임이다. 그런데 민주당 당원이, 직접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말하면서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다면, 그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김보미는 정견발표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댔다.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청년·여성이라는 이유로 15% 감산을 적용받았는데, 도덕적 결함이 있는 상대는 규정을 변경해서 공천을 받았다고 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당의 공천 규정이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는 주장이고, 그 피해를 본 사람이 직접 증언하는 것이다.
이걸 ‘내부 폭로’로 소비하면 놓친다. 이건 증언이다.
보수 언론은 이미 이 사안을 ‘민주당 내분’의 소재로 가져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틀 안에서 이 발언은 “민주당도 문제 있다”는 결론에 복무한다. 하지만 그 프레임은 핵심을 비껴간다. 보수 언론이 관심을 두는 것은 김보미라는 정치인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그것을 민주당 공격의 탄약으로 쓰는 일이다. 그러니 정작 중요한 질문, 즉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에게 실제로 어떤 구조적 장벽을 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파고들지 않는다.
‘청년 정치’라는 수사의 실체
민주당은 청년 정치를 오래 말해왔다. 비례대표에 청년 몫을 넣고, 청년위원회를 운영하고, 대선·총선 때마다 청년 후보를 내세우는 퍼포먼스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이 당의 중심 경쟁에 실질적으로 진입한 사례는 드물다. 비례 명단의 하위 번호, 험지 출마, 들러리 경선. 이것이 민주당 청년 정치의 실제 문법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반론을 먼저 처리하고 넘어가자. “그래도 86세대가 당을 여기까지 키웠다, 경험 없는 청년에게 당대표를 맡기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정당은 선거를 이겨야 하고, 조직을 운영해야 하고, 협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논리의 문제는 ‘청년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누가 내리느냐에 있다. 기회를 독점해온 세대가 “아직은 아니다”를 반복하는 구조에서, 청년 정치인은 영원히 준비 중인 채로 남는다. 김보미가 13년간 평당원으로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구조의 산물이다.
민주당의 86세대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세대가 당의 공천권, 인사권, 의제 설정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는 것이고, 그 구조 안에서 청년이 올라올 수 있는 사다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선의 의미
현실적으로 김보미가 이번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 당원 투표에서 조직력이 없는 후보가 이기기는 어렵고, 미디어 노출에서도 이재명 전 대표나 다른 중진 후보들과 경쟁이 안 된다. 이 점을 모르고 출마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 출마는 무엇인가.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경선 출마에는 보통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정치적 존재감을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의제를 주입하는 것이다. 김보미의 경우 두 번째에 가깝다. ‘5무 정당’ 발언을 경선 무대에서 꺼냄으로써, 그 문제 제기가 공식 기록에 남게 된다. 민주당이 자기 혁신의 실패를 내부에서 언급한 기록이 된다.
이것이 쓸모없는 행위는 아니다. 정당은 선거 결과만으로 변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쌓여야 변한다. 지금 당장 당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 경선은 민주당 청년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공식 무대에서 발화한 사건으로 남는다.
물론 민주당이 이 발언을 실제로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혁신 요구는 경선이 끝나면 조용히 잊혀지고,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재명 전 대표가 복귀하는 구도가 굳어진다면, 8·17 전당대회는 혁신의 장이 아니라 복귀의 장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김보미의 발언이 남기는 것은 민주당이 변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변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