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정청래를 버리는 게 아니라 계산하고 있다

호남은 언제나 민주주의를 지켰다.

“호남 민심이 돌아섰다.” 이 말, 선거 때마다 나옵니다. 2022년 대선 전에도, 지방선거 전에도, 당내 경선마다 “호남이 떠난다”는 기사가 터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실제 결과는 매번 비슷했습니다. 호남은 민주당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지금 또 같은 말이 나옵니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청 갈등 때문에 호남이 정청래를 식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구조부터 보겠습니다.

호남 50만, 숫자의 의미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은 약 150만 명입니다. 그 중 호남(광주·전남·전북)에 약 50만 명이 몰려 있습니다. 전체의 3분의 1입니다. 서울과 경기를 합쳐도 비슷하거나 약간 많을 뿐입니다. 호남이 “민주당 내의 민주당”이라는 표현이 숫자로 증명됩니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부터 1인 1표제가 도입됩니다. 과거에는 권리당원 투표와 대의원 투표를 혼합해 산정했고, 전국 조직을 촘촘히 장악한 후보가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이제는 대의원 가중치가 사라지고 권리당원 한 명 한 명의 표가 당선증을 결정합니다. 호남 50만 권리당원의 선택이 분수령이 되는 이유입니다.

“이반” 프레임의 출처

그렇다면 지금 나오는 “호남 민심 이반” 분석은 어디서 나오고 있습니까.

집권 여당이나 보수 언론이 민주당의 결속을 흔들고 싶을 때 가장 즐겨 꺼내는 카드가 “호남 민심 이반”입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입니다. 그리고 언론 입장에서는 클릭이 나오는 서사이고, 여권 입장에서는 야당 흔들기의 명분이 됩니다.

“호남이 흔들린다”는 프레임은 민주당 지지층을 심리적으로 분열시키고 내부 논쟁을 증폭시킵니다. 실제 민심과 상관없이 보도 자체가 민심을 만들어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언론이 “호남이 정청래를 버린다”고 반복하면, 지지층은 위기감을 느끼고 반대 진영은 기세를 올립니다.

호남이 실제로 묻고 있는 질문

호남 당원들이 정청래 지지를 재고한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정청래 개인이 싫어서이거나,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원해서이거나.

보수 언론과 여권이 흘리는 프레임은 전자입니다. “정청래가 싫어졌다”는 것이어야 민주당 내홍 서사가 완성되고 “이재명 리더십에 균열”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호남 민심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후자에 가깝습니다. 호남은 감정으로 투표하지 않습니다. 전략으로 투표합니다.

정청래는 야당 시절 최강의 투사였습니다. 날 선 발언, 정면돌파, 청문회장의 공세가 그 투쟁성이 호남의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집권당입니다. 야당 시절의 기질이 집권당 대표에게도 그대로 유효한가, 호남은 이 질문을 조용히 던지고 있습니다.

“당청이 충돌하면 누가 손해인가.” 호남은 이걸 냉정하게 계산합니다. 당이 정부를 흔들면 법안 처리가 삐걱거리고 여론이 분열되고 결국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이 불리해집니다.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겁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당청 협조”가 “당의 굴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호남은 단순히 “이재명이 좋아하는 사람”을 뽑으라는 게 아닙니다.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을 뽑으라는 겁니다. 그 판단이 정청래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느냐 불리하게 작동하느냐, 그것이 지금 호남 안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숙의입니다.

그 숙의를 외부에서 “이반”이라고 규정하고 프레임을 입히는 것 자체가, 호남 유권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치적 행위입니다.

호남은 정청래가 싫어서 고민하는 게 아닙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방정식 안에서 최적해를 찾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계산을 “이반”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프레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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