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박시영TV에 출연한다는 홍보가 퍼지던 날, 나는 잠깐 멈칫했다.
유시민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재단 이사장, 진보 논객의 상징 같은 인물. 그가 어떤 채널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보증서처럼 기능한다. 시청자들은 “유시민이 나왔으니까 이 채널은 괜찮은 데겠지”라고 읽는다.
그래서 채널이 어떤 채널이냐가 중요해진다.
박시영TV가 받은 의혹의 내용
박시영TV는 외형상 독립적인 정치 논평 채널이다. 그런데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로, 이 채널이 추미애 전 대표 측으로부터 약 21억 원 규모의 선거 컨설팅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립적인 논객 채널처럼 행동해왔지만, 실제로는 특정 정치인과 금전 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건 단순한 편향이 아니다. 편향은 어느 채널에나 있다. 문제는 그 편향을 돈을 받고 숨겼다는 데 있다. 시청자에게 독립 논평인 것처럼 보여주면서 실제로는 유료 선거 홍보를 했다면, 그건 기만에 가깝다.
이 의혹이 법적으로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혹 제기 이후 채널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투명하게 해명했다는 기록도 없다.
유시민의 출연은 이런 배경 위에 놓인다.
유시민이 이 의혹을 몰랐을 수 있다. 섭외 연락이 왔고, 일정이 맞았고, 나갔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다.
하지만 유시민은 전직 장관이고, 수백만 구독자가 읽던 글을 쓰던 논객이며, 2017년 이후 몇 년간 공개 활동을 줄였다가 최근 다시 발언의 빈도를 늘리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출연 하나는 조용한 개인의 외출이 아니다. 언론이 받아 쓰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밀고, 진보 지지층이 공유한다. 그 파급력을 그 자신이 모를 리 없다.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출연 전 최소한의 검증 의무가 있다. 이것은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현실적 요청이다. 영향력이 크면 그 영향력이 어디에 실리는지를 확인할 책임도 함께 커진다. 모르고 출연했다면 그건 무지의 문제이고, 알고 출연했다면 그것은 다른 차원의 질문을 낳는다.
어느 쪽도 아무 문제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진보 진영의 신뢰는 어디서 깎이는가
보수 언론은 이 사안을 민주당 전체의 문제로 키우려 할 것이다. 그것은 이 글이 따라갈 방향이 아니다. 유시민은 현재 당직자가 아니고, 박시영TV 의혹이 민주당의 공식 행위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신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없다.
진보 지지층은 오랫동안 “우리는 최소한 윤리는 다르다”는 전제 위에서 결집해왔다. 그 전제가 흔들릴 때 타격은 외부 공격보다 깊다. 보수 진영의 비판은 지지층이 이미 할인해서 듣는다. 하지만 내부의 실망은 그대로 흡수된다.
박시영TV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의혹이 있는 채널에 영향력 있는 논객이 검증 없이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진보 진영이 스스로 쌓아온 기준을 허무는 일이다. “그것도 얼마 안 되는 일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뢰는 대형 사건 하나로 단번에 무너지기보다, 이런 작은 허용들이 쌓여서 조용히 낮아진다.
유시민이 어디에 출연하든 그것은 그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갖는 공적 무게는, 그 선택을 순수하게 사적인 것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유시민 자신이다.
알면서도 검증하지 않았다면,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