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7년 만에 방북, 청와대 반응이 이상한 이유

시진핑 7년 만에 방북, 청와대 반응이 이상한 이유

팩트부터 깔고 가자

2019년 6월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12년 이후 7년 만이었다.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였고,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더 중요한 건 중·러 공동성명의 내용이다.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아예 빼버렸다. 대신 “대북 제재 완화”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권 확보, 전방위 경제협력 확대 등 실질적 이익을 명시했다. 이건 단순 의례 방문이 아니라 북·중·러 삼각 연대 강화의 신호탄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반응은 이랬다. “중국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상대가 내민 카드를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카드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진짜 원하던 것

시진핑의 방북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가 아니었다. 중국 입장에서 이 방문은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북한 카드 확보. 당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북한이라는 변수를 손에 쥐고 있다는 걸 미국에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 6월 말 G20 정상회의와 판문점 트럼프-김정은 회동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 문제는 나를 거쳐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둘째, 두만강 개발권과 동해 진출로 확보. 중국은 내륙국이지만 동해로 나가는 루트를 늘 원했다. 북한 나진·선봉 지역을 통한 동해 접근은 중국 동북3성 개발 전략의 핵심이다. 시진핑은 이번 방문에서 나진항, 청진항 사용권 관련 양해각서를 다시 확인했다.

셋째, 북·중·러 삼각 연대 구축. 푸틴과의 공동성명에서 이미 밑그림을 그렸다. 대북 제재 완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무력화,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공동 대응. 북한은 이 구도에서 완충지이자 전략적 자산이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모든 게 공개 정보였다는 점이다. 중·러 공동성명은 전문이 공개됐고, 중국 관영 매체는 방북 목적을 명확히 보도했다. 숨긴 게 없었다.

청와대는 무엇을 봤나

그런데 청와대는 “건설적 역할”과 “남북대화 중재”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건 두 가지 중 하나다. 정세를 오판했거나, 국내 여론을 의식해 사실과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대화가 막힌 상황이었다. 판문점 회동도 잡혔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방북을 “기회”로 포장할 필요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교는 희망 사고로 하는 게 아니다. 상대가 뭘 원하는지,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정확히 읽어야 한다. 중국은 비핵화 추동보다 대북 제재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건 남북대화 재개를 돕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 주도 제재 체제를 흔들겠다는 뜻이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 말만 듣지 않겠다. 북한은 우리 영향권이고, 제재는 우리 경제에도 손해다. 완화 카드는 우리가 쥐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시진핑 방북 이후 북·중 무역은 오히려 늘었다. 2019년 상반기 북·중 무역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대북 제재는 유지됐지만, 중국은 “민생 예외” 명목으로 무역을 확대했다. 석탄 수입은 줄었지만, 섬유·수산물 교역은 늘었다.

반면 남북 교역은 사실상 제로였다. 개성공단도 닫혀 있었고, 금강산 관광도 중단된 상태였다. 중국은 북한과 실질 협력을 확대하는데, 우리는 “대화 재개 기대”만 반복했다.

더 결정적인 건 이후 전개였다. 시진핑 방북 이후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2019년 하반기에만 13차례 발사했다. 김정은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했고, 2020년엔 당 대회에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어디에도 없었다.

BluntEdge 관점: 희망 사고는 전략이 아니다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건 상대의 의도를 내 바람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 번도 “남북대화 중재자”를 자처한 적이 없다. 시진핑은 평양에서 김정은과 회담하며 “전략적 소통 강화”를 말했지, “비핵화 촉구”를 말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건설적 역할 기대”라고 말한 건, 사실상 아무 레버리지가 없다는 고백이었다. 중국은 이미 카드를 정했는데, 우리는 그 카드가 바뀌길 기대하고 있었던 셈이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미·중 경쟁의 하위 변수다. 북한 비핵화보다 중요한 건 미국 압박 무력화, 동북아 영향력 확대, 동해 진출권 확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든 말든,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면 된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중국의 선의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협상력이다. 미국과의 동맹, 경제력, 국제 여론 주도권. 이걸 바탕으로 중국에게 “남북대화가 너희에게도 이익”이라는 걸 설득해야 한다. “기대한다”고 말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 기도문이다.

한 줄 결론

상대가 내민 카드를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카드를 기대하는 건 외교가 아니라 자기기만이다.


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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