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설 분석] 삼전·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장…증시 군불만 땔 건가
중앙일보가 “군불”이라고 부르는 것,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
팩트 정리
2025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수익도 2배, 손실도 2배다. 이 구조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는 이미 2010년부터 존재했고, 개별 종목 기반 레버리지 ETF는 미국·일본 등에서도 이미 일반화된 상품군이다.
중앙일보는 이 상장을 계기로 사설을 냈다. 제목은 “증시 군불만 땔 건가”. 요약하면 이렇다: 고위험 상품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증시 부양에 나서는 건 포퓰리즘이고, 투자자 보호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상품의 위험성은 사실이다.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이 크고, 장기 보유 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으로 인해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팩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부터가 진짜 분석이다.
사설 분석: 중앙일보는 어떤 프레임을 깔았나
중앙일보 사설의 논리 구조를 해부해보자.
첫째, 원인을 지운다. 사설은 현재 상황만 비판한다. 왜 이런 정책이 나왔는지, 그 배경은 다루지 않는다. 2024년 하반기,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훌쩍 넘겼다. 국내 증시는 부진했고, 서학개미들의 자금은 미국 주식과 달러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흐름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나.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정과 정치적 불안이 만들어낸 시장 불신이었다. 계엄 선포라는 헌정 위기 이후 외국인 자금까지 이탈하며 코스피는 바닥을 찍었다. 지금 나온 ETF 상품 다양화 정책은 그 사후 처방 중 하나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처방만 비판하고, 병의 원인은 말하지 않는다.
둘째, 결과만 클로즈업한다. 이 사설의 핵심 레토릭은 “군불”이다. 군불은 실제로 방을 데우는 게 아니라, 허장성세로 뭔가 하는 척만 한다는 뉘앙스다. 정부가 내실 없는 단기 부양책에만 매달린다는 프레이밍이다. 그런데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이 정말 실속 없는 정책인가? 이건 증시 인프라 다양화에 해당한다. 미국 시장에서 NVDA 레버리지 ETF, TSLA 레버리지 ETF가 이미 수조 원 규모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상품 다양성이 글로벌 기준보다 한참 뒤처져 있었다는 사실, 사설은 언급하지 않는다.
셋째, “투자자 보호”를 방패로 쓴다. 투자자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의 방법론은 상품 출시 자체를 막는 게 아니라, 정보 공개 의무화와 규제 설계다. 사전 교육 이수 의무, 위험 고지 강화, 손실 한도 설계 등이 진짜 투자자 보호 수단이다. 중앙일보 사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 대안을 제시했는가? 없다. “군불만 땐다”는 비판만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비어 있다. 이건 정책 비판이 아니라 정치적 포지셔닝이다.
BluntEdge 관점: 방화범을 지우는 기술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중앙일보의 이 사설은 정책의 완결성을 따지는 게 아니다. 현 정부(이재명 정부, 혹은 과도기 정치 지형 속 경제 당국)의 증시 대응 자체에 “포퓰리즘”이라는 낙인을 찍는 작업이다. 위험 상품이라는 팩트를 앞세워, 정부의 시장 개입 시도 전반을 희석시키는 구조다. 정책 비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실질은 프레이밍 정치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는 상품 종류가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상품 다양성 부족, 공매도 불균형, 외국인 자본에 비해 취약한 개인투자자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의 정치적 불안정이 만든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이 디스카운트를 키운 세력이 누구였는지, 중앙일보는 침묵한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하나가 시장을 망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미 시장에는 수십 종의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존재한다. 새로 나온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가 갑자기 시장 리스크를 폭발적으로 키울 근거는 없다. 물론 개인투자자 대상 투기적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그건 상품 설계와 판매 규제의 문제지, 상품 존재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중앙일보는 지금 시장 위험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현 경제 당국의 정책 공간을 좁히려 한다. 방화범이 불을 지른 자리에서 소방관이 물을 뿌리고 있는데, 뒤늦게 나타나 “그 물이 바닥을 젖게 한다”고 비판하는 격이다.
군불을 땐 건 지금이 아니다. 군불도 아니었다. 헌정 위기와 경제 실정이 지핀 불길이었고, 그 불길을 방관하거나 조장하던 언론이 이제 와서 소방 방식을 따지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코스피는 2024년 한 해 동안 주요국 지수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시장 중 하나였다. 그 기간 중앙일보의 사설은 지금보다 훨씬 조용했다.
한 줄 결론
방화범을 먼저 찾아야 한다. 군불 탓을 하기 전에, 누가 집에 불을 질렀는지부터 묻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원문 사설 출처: 중앙일보, “삼전·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장…증시 군불만 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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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