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분석] 서소문 고가 붕괴 참사, 원인 철저히 규명해 재발 막아야

[한겨레 사설 분석] 서소문 고가 붕괴 참사, 원인 철저히 규명해 재발 막아야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은 책임자를 지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말이 아니다.


팩트부터 깔고 가자.

2025년, 서울 한복판에서 고가차도 상판이 무너져 사람이 죽었다.

서울 중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 작업 중이던 공사 관계자 3명이 사망하고, 인근을 지나던 주민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새벽 시간대라 인명 피해가 이 수준에서 그쳤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게 오히려 더 섬뜩하다. 낮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이 사고에는 결정적인 선행 정보가 있다.

붕괴 당일 새벽, 현장에서 단차(段差) 발생이 확인됐다. 구조물이 이미 수평을 잃고 어긋난 상태였다는 뜻이다. 이 신호를 확인한 후 작업은 일시 중단됐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맞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피 조치 없었다. 차단 없었다. 임시 보강 없었다.

위험 신호를 포착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현장 인력이 그 구조물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상판이 무너졌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이 고가차도는 시설물 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은 구조물이었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도 2019년 이후 세 차례 이상 파손 이력이 기록된 시설이었다.

가장 위험한 걸 가장 허술하게 다뤘다.


한겨레 사설은 무엇을 말했나

한겨레는 이번 사고를 사설로 다루며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논조 자체는 타당하다. 원인 규명, 책임 소재 확인,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 이 세 축을 중심으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한겨레 사설의 강점은 이 사고를 개인의 실수나 현장의 부주의로 축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조적 문제, 즉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작동하지 않은 시스템의 문제를 짚었다. 이 프레임은 정확하다.

다만 BluntEdge가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지점이 있다. 사설은 “재발 방지”를 결론으로 삼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 결론을 너무 많이 들어왔다. 세월호 이후에도, 이태원 이후에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이후에도 이 말은 반복됐다. “재발 방지”는 결론이 아니라 시작점이어야 한다. 그 말이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 지금 물어야 할 건 그것이다.


BluntEdge 관점: 이건 사고가 아니라 방치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위험 신호가 있었고, 그 신호를 봤고,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이걸 “안전불감증”이라고 부르면 대화가 끝난다. 이 단어는 편리하다. 책임자가 없어진다. 구조가 없어진다. “다들 좀 더 조심하자”는 캠페인 구호로 귀결되고, 6개월 후엔 아무것도 안 바뀐 채 다음 현장이 돌아간다.

이번 사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 가지 층위를 분리해야 한다.

첫째, 현장의 의사결정 구조. 단차가 발생한 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어떤 판단 기준에 따라 “작업 중단” 이후의 조치를 결정하거나 하지 않았는가. 이건 현장 작업자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 상황에서 대피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둘째, 발주처와 감리의 역할. D등급 시설의 철거 공사라면, 그에 맞는 수준의 안전 계획이 설계 단계부터 있어야 했다. 감리는 제 기능을 했는가. 서울시와 시공사 간의 안전 관련 지침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셋째, 제도의 공백. 단차 발생 같은 이상 징후가 감지됐을 때 즉각적인 대피와 현장 통제를 의무화하는 매뉴얼이 있는가. 있다면 왜 작동하지 않았고, 없다면 왜 없는가.

이 세 층위 중 하나라도 불투명하게 처리되면, 이번 수사와 조사는 현장 관계자 몇 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예고된 참사”를 경험하는 이유는, 위험 신호를 제대로 다루는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시스템이 작동하는 걸 방해하는 구조가 있어서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기(工期) 압박, 비용 절감,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안전 책임의 희석. 이 문제들은 캠페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안전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원인 규명, 책임 소재, 재발 방지. 한겨레 사설이 제시한 이 세 축은 맞다. 그런데 BluntEdge는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공개성.

이번 사고의 조사 결과, 감리 보고서, 시공사의 안전 계획서, 발주처의 지시 사항이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유족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사 결과가 기소 여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구조적 문제가 이 사고를 만들었는지가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재발 방지”가 구호가 아닌 설계가 된다.

세월호, 이태원, 오송. 우리는 이미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은 뒤에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경험이 있다. 서소문이 그 목록에 추가되는 걸 막고 싶다면,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흐지부지는 다음 참사를 예약하는 행위다.


한 줄 결론

위험 신호를 보고도 멈추지 않은 건 불감증이 아니라 방치다. 방치에는 책임자가 있고, 구조가 있고,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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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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