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설 분석] 여당, 대법원장 국조…초유의 사법부 압박

중앙일보가 6월 초 사설에 붙인 제목은 “초유의 사법부 압박”이었다. ‘초유’라는 단어는 신중하게 써야 한다. 역사상 처음이라는 뜻이니까. 그렇다면 정말 처음인지 따져보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근거한 국정조사다. 국정조사는 “국정의 특정 사안에 관하여 조사할 수 있다”는 헌법 조문이 뒷받침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삼성 비자금, 세월호, 국정농단 — 한국 현대사에서 국정조사가 동원된 장면들이다. 그 과정에서 행정부도, 사법부도, 기업도 국회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그게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헌법 기관이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초유의 압박”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 선택 자체가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이 서 있으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하다. 사법부는 국회의 견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런데 그건 한국 헌법이 설계한 구조가 아니다. 헌법은 삼권을 분립시키되, 각 권력이 서로를 견제하도록 설계했다. 국정조사는 입법부가 행정부와 그 주변 영역을 감시하는 수단이지, 사법부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의 계기가 된 사안들을 보면, 그 반론은 약해진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것, 다른 하나는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이다. 후자는 사법권 독립과 아무 상관이 없다. 법원 내부의 예산 운용 문제는 어느 공공기관이든 감사 대상이 되는 영역이다. 중앙일보 사설은 이 두 사안을 구분하지 않았다. 재제청 거부를 전면에 세워 사법 독립의 문제로 프레이밍하고, 업무추진비 의혹은 시야 밖으로 밀어냈다.

이게 이 사설에서 가장 정직하지 못한 부분이다.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은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이 “관행을 고치겠다”고 발언했다는 것으로 일단락된 분위기였다. 그런데 ‘관행을 고치겠다’는 말이 과거의 지출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없다. 공직자의 공적 자금 사용은 결과적으로 적법했는지를 따지는 것이지, 앞으로 잘 하겠다는 다짐으로 소급 면죄되지 않는다. 중앙일보가 이 부분을 사설에서 다루지 않은 것은 의도적 누락에 가깝다.


재제청 거부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대법관 임명 절차는 대법원장 제청 → 대통령 임명으로 이루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헌법적으로 허용되는지,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지는 현행 헌법과 법원조직법의 해석 문제다. 명확한 판례가 없다. 중앙일보는 이 해석 공백을 “사법 독립 침해”로 단정했다.

그런데 반대로 볼 여지도 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되 제청권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면, 제청된 후보를 그대로 임명해야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대통령의 임명권은 사실상 형식에 불과해진다. 이 긴장은 헌법이 두 권한을 동시에 부여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 어느 한 쪽이 명백히 위헌인 상황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한쪽을 “압박”으로 규정하려면, 반대쪽의 정당성도 공정하게 따졌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

이 사설의 서사 구조는 단순하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을 지키는 수호자이고, 민주당은 그 독립을 허무는 세력이다. 국정조사는 그 허무는 행위의 도구다.

그 구도를 완성하기 위해 사설은 조 대법원장을 일관되게 피해자 위치에 놓는다. 헌법기관이 헌법 권한을 쓰는데 ‘피해자’가 생긴다는 논리는, 결국 사법부는 국회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과 같다. 그 주장을 끝까지 밀면, 사법부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그게 더 민주주의에 가까운가.

중앙일보 사설이 정말로 우려했어야 할 “초유의 사태”는 따로 있다. 헌법상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업무추진비 의혹에 대해서는 국감장에서 다짐 한 마디로 넘어간 대법원장이 아무런 제도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 — 그게 전례 없는 일 아닌가. 그 질문을 사설에서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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