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알면서도 과거로 회귀하자는 민주당 구세력들
“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 칼 마르크스
그런데 세 번째는? 그냥 습관이다.
팩트부터 깔고 가자
2025년 6월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복잡했다. 민주당이 이긴 곳도 있고, 진 곳도 있다. 선거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내 일부 구세력에서 익숙한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분열해서 졌다.”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거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 실제 선거 결과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팩트를 정리해보자.
분열 탓이라는 진단이 맞으려면, 단독 후보가 졌을 때 설명이 돼야 한다. 근데 설명이 안 된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분열이 아니라 다른 변수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변수는 뭔가.
“분열론”이라는 프레임, 정확히 해체해보자
“분열해서 졌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들린다. 표가 쪼개지면 지는 건 산술적으로 맞으니까. 그런데 이 논리는 전제가 틀려 있다.
전제: 민주 진영 표가 뭉치면 이긴다.
이 전제 자체가 이미 2016~2017년식 사고방식이다. 당시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민심이 보수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진보 진영이 결집만 해도 승리했다. 그게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국면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민주당 지지층이 갑자기 불어난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당 코어 지지층이 60%를 차지한 적은 없다. 그 60%의 핵심 구성 요소는 중도 유권자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 계엄령 사태, 경제 정책 실패 —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래도 이재명은 좀 낫겠다”고 손을 든 유권자들이 그 숫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건 중도의 능동적 선택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중도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도를 설득하는 방법은, 내 진영의 결속을 높이는 것과 방향이 다르다. 오히려 충돌할 때도 있다.
왜 구세력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분열론”을 꺼내는가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중도 확장 전략보다 진영 결속 전략이 나한테 더 유리하다.”
중도를 설득하려면 정책을 바꿔야 하고, 메시지를 바꿔야 하고, 때로는 불편한 자기 비판도 해야 한다. 기득권 내 자리 배치도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분열론”은 편리한 프레임이다.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 “우리가 뭉쳐야 한다” → “이견을 내는 사람은 분열론자다” → “비판하면 적이다”. 이 논리 구조는 내부 비판을 봉쇄하는 데 탁월하게 작동한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논리 구조 안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구세력 자신이 아니다. 당이다. 그리고 그 당이 집권하게 되면, 결국 유권자다.
민주당이 2022년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를 기억해보자. 당시에도 “분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상정 후보가 표를 가져갔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실제로 심상정 후보의 득표(약 80만 표)는 이재명 후보의 패배 마진(약 25만 표)보다 훨씬 컸고, 심상정 지지층 전부가 이재명에게 갔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중도가 이재명을 선택하지 않았는가였다. 그 질문을 파고들어야 했는데, “분열론”이 그 질문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때 덮인 질문이 지금 다시 올라오지 않도록, 또 “분열론”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BluntEdge 관점: 중도 확장이 선택이 아닌 이유
민주당이 한국 정치에서 지속 가능한 다수 정당이 되려면, 중도 유권자를 반복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을 보면, 견고한 보수 지지층은 전체 유권자의 약 30~35% 수준이다. 견고한 진보 지지층도 비슷한 수준이다. 나머지 30~40%가 중도다. 이 중도를 잡아야 이긴다. 이건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구세력 일부가 주장하는 “결속 강화” 전략은 그 30~35% 진보 코어를 단단히 지키는 데는 유리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전부다. 나머지 30~40%를 향해 뻗어 나가는 손을 오히려 안으로 거둬들이는 방향이다.
중도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하는 건 “그래도 이쪽이 낫다”는 비교 우위 판단에서다. 이건 열정적 지지가 아니다.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조건부 선택이다. 그 조건을 관리하는 게 정치인의 일이다.
분열론자들은 그 관리에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도 유권자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취급된다. “당이 뭉치면 알아서 따라온다”는 낙관론이 깔려 있다. 이건 오만이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그 오만에 청구서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0%는 성취이면서 동시에 경고다.
그 숫자가 가능했던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다음 선거에서도 그 숫자를 지킬 수 있다. 진영 결속이 만든 숫자가 아니라, 중도의 선택이 만든 숫자라는 걸 안다면 —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걸 알면서도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건, 무능이 아니다. 편함이다. 중도를 설득하는 건 어렵고, 진영을 다독이는 건 쉽다. 구세력 일부가 반복하는 건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변화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 줄 결론:
답을 알면서도 눈 감는 건 무지가 아니라 의지다 — 그리고 그 의지의 수혜자는 당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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