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홍어 모양 홍보영상 논란에 “국민께 깊이 사과”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해명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팩트 정리
팩트부터 깔고 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KBS와 협업해 제작한 개표 참관 안내 홍보영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의 영상은 KBS 자회사인 KBSN이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것으로, 영상 내에 홍어 모양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래픽이 포함돼 있었다.
‘홍어’라는 단어가 왜 문제가 되느냐고 묻는다면, 맥락을 짚어야 한다. 홍어는 전라도, 특히 전남 흑산도 일대의 대표 향토 음식이다.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단어는 오랜 시간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에서 호남 출신 인물 또는 호남 지역 전체를 비하하는 혐오 표현으로 변질되어 사용돼 왔다. 맥락 없이 등장하는 홍어 이미지가 공공기관 공식 채널에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선관위와 KBS 양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생성 이미지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사설 분석: 이 사건이 놓인 언론 프레임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일부 보수 언론은 이 사건을 “AI 기술 도입의 부작용” 혹은 “과잉 해석” 프레임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의도가 없었으니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논리 구조다. 이 프레임이 설정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축소하고, 구조적 문제 제기를 감정적 과잉 반응으로 희석시키는 것이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혐오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라는 메시지다.
BluntEdge는 이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도의 유무는 책임의 경중을 가를 수 있어도, 책임 자체를 소거하지 않는다. 특히 이 사건에서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은, 사실 더 무거운 질문을 불러온다.
BluntEdge 관점: 의도 없음이 오히려 더 심각하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공공기관 공식 홍보물에 올라가는 콘텐츠라면, AI가 뱉어낸 결과물을 반드시 사람이 검수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검수 과정에서 이 이미지가 통과됐다는 사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의미한다.
첫째, 제작·검수 라인 어딘가에 이 이미지가 문제라는 감각 자체가 없었다.
둘째,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다. 심각하다.
첫 번째 가능성이라면,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감수성의 공백이다. 특정 지역 혐오 표현이 온라인 공간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기본 리터러시가 제작·검수 인력 전반에 부재했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홍보물 제작팀에서 이런 감수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이번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 가능성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중립성 보장을 핵심 존재 이유로 하는 기관이다. 특정 정파, 특정 지역, 특정 집단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도 편향된 메시지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 그 기관이 만든 공식 홍보 영상에, 특정 지역 시민을 비하하는 상징으로 오염된 이미지가 등장했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증거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 공공기관은 그 속도에 맞는 검수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AI는 학습 데이터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한다. 그 과정에서 특정 편견이나 혐오 표현이 시각화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이것은 AI의 한계이고, 동시에 운용하는 인간의 책임이다. 기술을 도입했다면, 그 기술의 맹점을 보완할 인적 검수 체계도 함께 갖췄어야 한다.
“AI가 만들었다”는 말은 해명이 아니다. 그것은 관리 책임의 공백을 고백하는 말이다.
선관위와 KBS가 사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면, 그 사과는 절반짜리에 불과하다. 사과 이후에 뒤따라야 할 것은 명확하다. 공공기관 AI 활용 콘텐츠에 대한 검수 프로토콜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 혐오 표현 감수성 교육을 제작·검수 인력 전반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다.
사과는 과거에 대한 것이고, 재발 방지는 미래에 대한 것이다. 공공기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다.
한 줄 결론
선관위의 진짜 사과는 “깊이 사과드린다”는 문장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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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