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6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배우 황정음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공식 행사도 아닌 자리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7~8일 뒤, 금융위원회가 황정음과 연루된 회사 여섯 곳에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 이후로 수사는 눈에 띄게 진척되지 않았다.
이 타이밍이 공교롭다.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깡패들이 주가 조작을 하고 있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바로 그 시점이었으니까. 자신이 직접 칼을 빼들겠다고 선언한 분야의 수사가, 자신이 사진을 찍은 인물과 연루된 회사를 건드린 직후 흐지부지됐다. 이것이 의혹의 출발점이다.
물론 반론은 존재한다. 사진 한 장과 수사 무산을 곧장 연결하는 건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장관이 배우와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 검찰 수사가 느린 건 이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가 조작 사건은 원래 입증이 어렵다는 현실도 있다.
그 반론은 맞다. 그래서 이 사안이 지금 당장 범죄 혐의로 성립하느냐 묻는다면,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그런데 왜 기준이 다른가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2019년,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입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 사회가 보인 반응을 기억하자. 당시 언론은 수개월에 걸쳐 연관 의혹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도했다. 검찰은 패스트트랙 수준의 속도로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과 “특권”을 둘러싼 논쟁이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 수사의 중심에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 한동훈이 있었다.
이제 같은 잣대를 돌려보자. 한동훈의 딸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당 대학은 “코멘트할 수 없다”고 했고 수사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주가 조작 관련 인물과의 접촉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들은 공론장에서 그 규모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
기준의 비대칭이 이처럼 선명할 때, 우리는 그것이 왜인지를 물어야 한다.
가장 단순한 답은 이렇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은 권력을 막 쥔 여당의 인물이었고, 검찰과 보수 언론은 그를 공략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 반면 한동훈은 그 검찰 조직의 핵심에 있었고, 지금은 야당의 주요 정치인이다. 공격의 방향이 처음부터 달랐다. 도덕적 잣대가 이동한 게 아니라, 잣대를 쥔 사람이 그 잣대를 자기한테 유리한 방향으로만 적용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정치 담론의 오래된 구조적 문제다. 누군가의 의혹은 사회적 공론화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의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조용히 처리된다. 그 선택의 기준은 팩트의 경중이 아니라, 그 인물이 어느 편에 서 있는가다.
“적극적 증명”이 시작됐다는 말의 의미
한동훈은 최근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증명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은 흥미롭다. 무죄를 주장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방어이고, 후자는 공세다.
그가 이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자신이 그 증명의 무대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여당의 수사에 쫓기는 처지이면서도, 언론과의 관계, 조직에서의 영향력, 대중적 이미지라는 자원이 아직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적극적 증명”은 양날의 검이다. 이 선언은 의혹을 더 공론화한다. 조용히 묻혔을 수 있는 사안을 그가 직접 끌어올린 셈이다. 그리고 한번 이 프레임에 올라탄 이상, 증명에 실패하거나 증명을 회피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조국은 그 과정을 반대 방향에서 겪었다. 처음에는 의혹을 부인했고, 이후 일부 사실을 인정했으며, 결국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그 과정이 5년 이상 걸렸고, 지금도 정치적으로 살아있다. 한동훈이 같은 긴 시간을 버틸 체력이 있는지는, 결국 그 의혹들이 얼마나 실체가 있는가에 달려 있다.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것이 그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수사가 없다는 것이 의혹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조국 사태에서 그 논리를 가장 집요하게 공격한 사람이 바로 한동훈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적극적 증명을 선언했다면, 이번엔 끝까지 봐야 한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는, 그 잣대를 처음 세운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