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분석] “검찰 잘못하면 사과·취소해야” 공소취소 압박 아니길
검찰 개혁 발언을 셀프 면죄부로 읽는 시각,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팩트 정리
팩트부터 깔고 가자.
2025년,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검찰도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해야 한다.” 이게 전부다. 발언의 배경은 권한 있는 기관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론이었다.
발언 어디에도 ‘내 사건’, ‘위드메이트’, ‘대장동’, ‘공직선거법’ 같은 단어는 없다.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특정 사건을 겨냥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검찰 개혁 원칙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발언을 사설 제목으로 끌어올렸다. 제목은 이렇다: “검찰 잘못하면 사과·취소해야” 공소취소 압박 아니길.
‘아니길’이라는 한 단어가 이 사설의 전략을 압축한다.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뇌리에 ‘압박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심는다. 이것이 조선일보식 프레이밍의 전형이다.
사설 분석: 조선일보는 무슨 프레임을 짰나
조선일보가 이 사설에서 설정한 프레임은 명확하다.
“이재명은 권력을 이용해 자기 사건을 없애려 한다.”
이 틀이 한 번 세워지면, 이후 발언 하나하나가 전부 ‘증거’로 소환된다.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말하면 → 셀프 면죄부. 대통령이 법치를 강조하면 → 검찰 길들이기. 대통령이 침묵하면 → 수상한 침묵. 이 프레임 안에 들어오면 어떤 행동도 의심의 대상이 된다. 논리가 아니라 전제가 결론을 만드는 구조다.
사설은 대통령실의 “일반적 발언”이라는 해명을 거의 다루지 않거나, 야권 비판과 함께 묶어서 해명 자체의 무게를 희석시킨다. 반론은 잠깐 등장하고, 의혹은 길게 이어진다. 이것이 사설이 아니라 논고처럼 읽히는 이유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조선일보의 해석과 실제 발언 사이의 거리. 그 거리를 독자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사설의 기능이다.
BluntEdge 관점: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다루지 않은 것들이 있다.
첫째, 검찰의 무리한 기소 사례는 이재명 이전부터 누적된 문제다.
검찰이 기소했다가 무죄가 난 사건들,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사례들, 정치적 의도가 의심받는 기소들 — 이런 비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법조계 안에서도 오래된 논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맥락을 통째로 생략한다. 생략 자체가 편집이다.
둘째, “권한 있는 기관은 책임을 진다”는 원칙 자체에 대한 반론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어디에도 대통령의 원칙론이 틀렸다는 반박은 없다. 틀렸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타이밍’과 ‘의도’를 문제 삼는다. 맞는 말도 시기가 나쁘면 의심스럽다는 논리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당신이 옳은 말을 해도, 우리가 의심하기로 결정했으면 의심받아야 한다.”
셋째, 조선일보는 검찰 개혁 자체를 논한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이 핵심이다.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한다는 비판, 수사-기소 분리 논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 — 이것들을 조선일보가 일관되게 다뤄왔다면, 이번 사설도 균형 있게 읽힐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야당을 수사할 때는 침묵하거나 지지하고, 검찰이 여당의 통제를 받을 가능성이 생기면 ‘사법 독립 침해’를 전면에 세운다. 원칙이 아니라 방향이 달라질 때 입장이 바뀌는 언론은, 원칙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진영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실재한다.
이 부분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형사 사건의 당사자라는 사실은 팩트다. 그 상황에서 대통령이 검찰 관련 발언을 할 때, 이해충돌의 소지가 생긴다는 지적 자체는 완전히 무효화할 수 없다. “발언에 특정 사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과 “발언이 이해충돌과 무관하다”는 것은 다른 명제다.
다만 조선일보가 이 사안을 다루는 방식은 이 정당한 의혹을 다루는 게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검찰 개혁 담론 전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정당한 질문을 정치적 무기로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사설의 진짜 기능이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한국 검찰의 기소 후 무죄율은 OECD 주요국 평균보다 낮다. 그러나 무죄율이 낮다는 사실이 곧 기소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소 자체가 피고인에게 미치는 사회적 타격 — 언론 보도, 직위 상실, 낙인 — 은 판결 이전에 이미 완성된다.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 구조적 현실에서 나온다.
조선일보가 이 숫자를, 이 구조를 사설에서 다뤘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한 줄 결론
검찰 개혁 발언을 셀프 면죄부로 읽으려면, 먼저 그 발언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그걸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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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