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선거 도구로 쓰는 여야, 조선일보는 왜 한쪽만 비판했나

국회를 선거 도구로 쓰는 여야, 조선일보는 왜 한쪽만 비판했나

팩트부터 깔고 가자

조선일보가 2025년 4월 16일자 사설에서 “국회를 선거에 이용한다”며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사설의 핵심 논거는 명확하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급히 투입해 오세훈 후보 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이다. 민주당은 실제로 행안위 구성을 재편하며 선대위 인사들을 배치했고,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거 행정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국회 상임위를 선거 공세의 무대로 활용한 셈이다.

근데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없다. 언론이 권력의 일탈을 지적하는 건 당연한 역할이니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조선일보 사설은 같은 호흡으로 이렇게 인정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로 여성가족위원회를 열어 정원오 후보를 공격했다”고. 즉, 국민의힘 역시 성평등위원회를 통해 정원오 후보의 과거 발언과 정책을 집중 추궁했다는 것이다. 구조는 똑같다. 국회 상임위를 선거 무기로 쓴 건 여야가 동일하다.

그런데 사설의 결론은 이렇다.

“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조선일보는 양쪽 다 같은 짓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유독 한쪽에게만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다”거나 “규모가 더 크다”는 식의 정량적 근거도 없다. 그냥 “더 나쁘다”고 한다.

이건 정론이 아니다. 프레이밍이다.

팩트:

  • 민주당: 행안위를 통해 오세훈 공격
  • 국민의힘: 성평등위를 통해 정원오 공격
  • 구조: 동일 (국회 상임위의 선거 도구화)
  • 조선일보 결론:

  • 민주당이 더 나쁘다
  • 이 논리 구조에서 빠진 건 하나다. “왜?”

    국회 사유화는 여야 공통 범죄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입법부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다. 예산 심사, 정책 검증, 행정부 견제가 본업이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이 상임위들이 특정 후보를 조준하는 포격 기지로 변한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반복되는 고질병이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2020년 총선 직전에도 그랬다. 국회는 선거 때마다 공정성을 내려놓고, 여야가 번갈아가며 상대 후보를 국정감사하듯 몰아붙인다. 유권자들은 이게 상임위 활동인지 TV토론인지 구분이 안 된다.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누가 더 많이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둘 다 잘못이고, 둘 다 멈춰야 한다. 이건 ‘누가 더 나쁜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조선일보는 왜 편을 갈랐나

    조선일보는 스스로를 “정론지”라고 부른다. 정론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같은 잘못을 한 두 주체가 있을 때, 한쪽만 더 나쁘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건 정론이 아니라 의견이 된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편향이 된다.

    이 사설이 만약 이렇게 끝났다면 어땠을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회를 선거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는 입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여야는 즉각 이를 중단하고, 국회를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이게 정론이다. 팩트를 제시하고, 양쪽을 동등하게 비판하며,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는 것.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둘 다 문제지만, A가 더 나쁘다”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건 독자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독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의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3개월간 주요 정치 사설 20건을 분석해보면, 여야를 동시에 비판한 경우에도 결론에서 민주당에 더 무게를 싣는 비율이 73%에 달한다. (출처: 미디어오늘, 2025년 1분기 주요 일간지 사설 논조 분석)

    이게 우연일까? 아니면 편집 방향일까?

    언론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질 수는 있다. 그건 자유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보수 정론지입니다”라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 “공정한 정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한쪽에 무게를 싣는 건,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BluntEdge 관점: 양비론이 아니라 양죄론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그럼 네 말은 양비론 아니냐?”

    아니다. 나는 “둘 다 비슷하니 판단 보류”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둘 다 명백히 잘못했으니 둘 다 책임져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양비론이 아니라 양죄론이다.

    양비론은 판단을 회피한다. 양죄론은 판단을 두 번 내린다. 민주당 유죄, 국민의힘 유죄. 둘 다.

    조선일보가 만약 “민주당이 더 자주 했다”, “국민의힘은 방어적 대응이었다” 같은 구체적 근거를 댔다면, 그건 정당한 비판이다. 하지만 그런 근거 없이 “더 나쁘다”고만 하는 건,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다.

    결론: 국회는 누구의 것인가

    국회는 민주당 것도, 국민의힘 것도 아니다. 국민의 것이다. 선거철마다 상임위를 공격 무대로 쓰는 건, 국회를 사유화하는 행위다. 이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 전체의 문제다.

    조선일보는 이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에서 길을 잃었다. “민주당 책임이 더 크다”는 결론은, 팩트가 아니라 편집이다.

    정론지라면, 같은 잘못 앞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누가 더 나쁜지가 아니라, 뭐가 잘못인지를 말해야 한다.

    한 줄 결론:

    둘 다 국회를 선거 도구로 쓰는데, 한쪽만 더 나쁘다는 건 정론이 아니라 편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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