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분석] 마치 지방선거 출마한 듯한 이 대통령

[조선일보 사설 분석] 마치 지방선거 출마한 듯한 이 대통령


조선일보가 설정한 프레임부터 들여다보자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언론의 프레임 전쟁도 뜨거워진다. 조선일보가 최근 사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부산·울산·경남 방문을 두고 “마치 지방선거에 출마한 듯하다”고 표현했다. 선거법 위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통령의 행보를 사실상 불법 선거운동으로 규정하는 논조였다.

그런데 잠깐. 이 사설을 읽으면서 드는 첫 번째 질문은 이거다.

대통령이 지역 현장을 방문하는 게 언제부터 문제가 됐나?


팩트부터 깔고 가자

팩트를 먼저 정리한다.

1. 대통령의 지역 방문은 헌법상 직무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민생 현장을 점검하고 지역 현안을 청취하는 것이 직무의 핵심이다. 부산항 물류 현장, 울산 조선소, 경남 농어촌 현장 — 이 중 어느 것도 “선거 유세장”이 아니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는 것과 후보가 표를 호소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2. 조선일보가 인용한 노무현 헌재 결정은 맥락이 다르다.

해당 결정은 대통령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구두로 직접 표명한 행위, 즉 발언 자체가 문제가 된 사안이다. 대통령이 시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와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비교 자체가 틀렸다.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 행위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3. 역대 보수 대통령들의 전례는 어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을 핵심 지역 현안으로 내세우며 전국을 순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선거 시즌마다 지역 공약과 현안 발표를 이어갔다. 조선일보가 그 시절 “마치 지방선거에 출마한 듯하다”는 사설을 썼는지, 기억을 아무리 뒤져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게 우연일까.


이 사설이 설정한 프레임 해체

조선일보 사설의 구조는 단순하다.

“대통령이 선거 전에 격전지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 이건 선거운동이다 → 선거법 위반 아닌가?”

이 논리 연쇄의 핵심 결함은 “선거 전 지역 방문 = 선거운동”이라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선거 때마다 대통령은 지역 현장을 방문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게 선거운동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근데 선거는 4년마다 있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선이 번갈아 돌아온다. 이 논리대로라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역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내용, 즉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특정 후보 지지를 입으로 표명했다거나, 특정 정당 투표를 권유했다거나 — 그런 내용은 없다. 행위의 내용이 아니라, 행위의 시점과 장소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건 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프레임의 문제다.


BluntEdge 관점: 이 프레임이 노리는 것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조선일보가 이 사설로 달성하려는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게 아니다. 법원도 아니고 선관위도 아니니까. 이 사설의 실질적 기능은 여론 조성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다.

첫째, 격전지 유권자들에게 “대통령이 우리 지역에 온 것이 불법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것.

부산·울산·경남은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한 지역이면서, 지방선거마다 결과가 엇갈리는 경합 지역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방문이 “선거 개입”으로 프레임되면, 그 방문에서 나온 정책 발표나 지역 현안 해결 약속도 “불법적 선심”처럼 보이게 된다. 팩트보다 인상이 남는 게 선거 정치의 현실이다.

둘째, 야당에 공격 소재를 제공하는 것.

사설 한 편이 나오면, 야당 의원들은 이를 근거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고발을 검토하게 된다. 언론 보도가 정치 공세의 탄약이 되는 구조다. 조선일보는 이 구조를 수십 년째 활용하고 있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런 프레임이 반복될수록, 대통령은 선거 시즌마다 지역 방문을 스스로 자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는 뭔가. 현장과 단절된 행정, 수도권 중심의 정책 결정이다. 지방 소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이 지방에 가는 것 자체를 선거 불법으로 몰아가는 이 아이러니를 직시해야 한다.


기준의 일관성 문제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데이터와 각 언론사 아카이브를 검토해보면, 조선일보는 보수 정권 시절 대통령의 지역 방문에 대해 “현장 행정”, “소통 행보”, “민생 챙기기”라는 언어를 사용해왔다. 진보 정권의 동일한 행보에는 “선거 개입”, “선심 행정”, “포퓰리즘”이라는 언어가 붙는다.

이걸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평가하면 뭐라고 해야 하나. 보도 기준이 사안의 성격이 아니라 권력의 색깔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건 더 이상 저널리즘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이 “법치”와 “공정한 선거”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거다. 이 신문이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는가.


한 줄 결론

대통령이 부산에서 밥 먹는 걸 선거법으로 막으려는 논리는, 결국 야당에게만 유리한 비대칭 규칙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다. 그리고 그 시도의 배후에 조선일보가 있다는 사실, 이번에도 꽤 노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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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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