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분석] 선거 끝나니 부동산 증세 카드 꺼내나

[조선일보 사설 분석] 선거 끝나니 부동산 증세 카드 꺼내나

“세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그 글은 분석이 아니라 로비다.


팩트 정리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세율이나 적용 범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다주택자와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논지를 요약하면 세 가지다.

1. 타이밍론: 선거가 끝나자마자 꺼낸 꼼수다.

2. 실패 선례론: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보유세 강화했지만 집값 못 잡았다.

3. 세금 폭탄론: 서민과 중산층까지 피해를 본다.

세 가지 논지 모두, 결론은 하나로 수렴한다. “보유세 건드리지 마라.”

숫자부터 확인하자.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 0.15%

OECD 평균 실효세율: 0.33%

두 배 넘게 낮다. 이건 국토연구원, KDI, 한국은행이 반복해서 지적해온 구조적 문제다. 보유세가 낮으니 부동산을 보유하는 비용이 낮고, 비용이 낮으니 다주택 보유 유인이 생기고, 다주택 보유가 늘어나니 실수요자가 밀려난다. 이 순환의 출발점이 낮은 보유세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GDP 대비 부동산 세수 비율은 OECD 상위권”이라고 반박한다. 틀린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무엇인가.

GDP 대비 비율이 높은 이유는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분모인 GDP 대비 분자인 세수가 커 보이는 건, 집값이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구조 때문이다. 실효세율이 낮아도 절대 세액이 커지는 건 집값 거품이 반영된 결과지, 과세가 충분하다는 근거가 아니다. 같은 데이터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읽는 것, 이게 조선일보 경제 사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사설 프레임 분석

조선일보가 이 사설에서 구사하는 프레임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프레임 1: “선거 끝나고 꺼낸 꼼수”

타이밍을 문제 삼는다. 선거 전에 밝혔으면 “선거용 포퓰리즘”이라 했을 것이고, 선거 후에 밝히면 “꼼수”라고 한다. 어느 시점에 발표해도 공격할 수 있는 만능 프레임이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언제 해도 안 된다.”

정책이 나쁜 게 아니라, 이 정부가 하는 건 무조건 나쁘다는 결론이 선행하는 것이다. 논거가 결론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결론에 맞는 논거를 끌어오는 방식. 이건 분석이 아니라 역방향 추론이다.

프레임 2: “노무현·문재인 때 실패했다”

이 논리는 절반만 맞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기 보유세 강화는 집값을 충분히 잡지 못했다. 사실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사설에 없다.

당시 공급 측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외치며 공급 이슈를 정치화한 건 보수 진영이었다. 서울 도심 공급이 막히는 상황에서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 건 정책적 한계였다. 그 한계를 가장 크게 만든 세력이 지금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본인들이 틀어막은 수도꼭지를 가리키며 “왜 물이 안 나오냐”고 묻는 셈이다.

공급과 수요는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와 함께 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 역세권 고밀 개발, 공공주택 공급을 병행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건 어느 연구자도 부정하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이 이 맥락을 생략하는 건 실수가 아니다. 의도다.

프레임 3: “세금 폭탄, 서민도 피해”

이 프레임이 가장 정교하다. 다주택 투기를 겨냥한 보유세를 “서민 피해”로 연결하는 감정적 전이다.

팩트를 확인하자. 보유세 인상 논의는 고가 부동산과 다주택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1주택 실수요자, 특히 공시가격 기준 중저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공제와 경감 장치가 설계되는 게 일반적이다. 문재인 정부 종부세 강화 당시에도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겐 세액공제가 적용됐다.

물론 정책 설계에 따라 중산층 1주택자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 그 우려는 정당하다. 하지만 그 우려를 근거로 다주택 투기 과세 자체를 막으려 한다면, 그건 진짜 서민 걱정이 아니라 다주택자 방어를 서민 언어로 포장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독자층, 광고주, 그리고 조선일보 자체가 어떤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지를 생각하면 이 프레임의 출처는 명확해진다.


BluntEdge 관점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보유세 논쟁에서 누가 가장 두려워하는가.

실수요 1주택자는 제대로 된 정책 설계라면 영향이 제한적이다. 두려운 건 다주택 보유를 통해 불로소득을 축적해온 계층이다. 그리고 그 계층의 이해와 조선일보의 편집 방향은 오랫동안 일치해왔다.

조선일보가 “세금 폭탄”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건, 공포 마케팅이다. “폭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독자는 숫자를 보지 않는다. 감각으로 반응한다. 이게 의도다. 0.15%를 0.33%로 올리는 게 폭탄이라면, 지금까지 OECD 평균도 안 되는 세율로 버텨온 건 뭐라고 불러야 하나. 특혜? 방치? 구조적 비호?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한국 집값이 OECD에서 손꼽히게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보유 비용이 너무 낮아서다. 부동산은 보유하면 이득이고, 팔면 양도세를 내니 안 팔고 버티고, 버티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 이 구조를 고치자는 게 보유세 인상의 핵심 논리다. 조선일보는 이 구조 자체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 구조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지, 그 계층과 조선일보가 어떤 관계인지, 독자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선거 끝나고 꺼낸 꼼수”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선거 기간에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이행하는 건 무엇인가.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방식 아닌가. 선거에서 이겨서 정책을 추진하는 걸 “꼼수”라고 부른다면,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한 줄 결론

“세금 폭탄”이라고 쓰면 독자는 숫자를 잊는다. 그게 목적이다.


*더 많은 분석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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