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하고 폭언하면 소수만 남는다… 이길 곳 진 건 성공 아냐”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발언, 그 속에 담긴 경고를 제대로 읽어보자.
팩트부터 깔고 가자
2025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의 답변은 예상보다 직접적이었다.
“모욕하고 폭언하면 소수만 남는다. 그건 강한 게 아니다. 이길 곳에서 진 건 성공이 아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담긴 의미는 무겁다. 이 발언이 나온 맥락을 먼저 정리하자.
6·3 지방선거 주요 결과: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했다. 그런데 표심은 그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대통령의 인기가 당의 인기로 전이되지 않은 것이다. 이건 단순한 후보 개인의 패배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가리키는 신호다.
대통령은 그 원인을 바깥에서 찾지 않았다. ‘야당의 방해’도, ‘언론의 왜곡’도 아니었다. 원인을 당 내부의 문화, 구체적으로 ‘편 가르기’와 ‘사상 검증식 모욕’ 에서 찾았다.
이 발언이 설정한 프레임, 그리고 보수 언론의 독해법
이 대목에서 보수 언론의 반응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상대로였다. 조선·중앙·동아는 이 발언을 두고 대체로 “이재명도 민주당 강경파 문제 인정”이라는 식으로 프레이밍했다.
이걸 번역하면 이렇다: “봐라, 민주당은 극렬 지지층 때문에 망하는 거다. 우리가 맞았잖아.”
그런데 이 독해는 절반만 읽은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절반만 떼어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내부를 향한 자기 점검의 언어다. 이걸 “민주당 스스로 실패 인정”으로 가져가면 맥락이 통째로 사라진다. 보수 언론이 원하는 프레임은 간단하다. ‘강경 친명 = 민주당의 독소’라는 공식을 대통령의 입을 빌려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딱 하나다. 이재명은 민주당을 공격한 게 아니라, 민주당이 스스로 교정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이 습관은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적이 “저 환자는 망했다”고 말하는 것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BluntEdge 관점: 야당일 땐 창, 여당일 땐 그릇
솔직하게 말하자. 민주당 내 일부 강경 지지층의 문화적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고, 정치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시민을 ‘사상 검증’하듯 몰아붙이는 방식. 이건 진보의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진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배타성의 언어다.
진보 정치의 힘은 외연 확장에서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도 여기 있어도 되겠다”고 느끼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게 정치적 다수파를 만드는 방법이다. 반면 모욕과 폭언은 공간을 좁힌다. 처음엔 적을 몰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본인들끼리만 남는 구조로 귀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소수만 남는다”는 표현은 이 메커니즘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발언은 선의의 조언이 아니다. 공개 기자회견에서 나온 공식적 경고다. 대통령이 당에 사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루트는 얼마든지 있다. 굳이 카메라 앞에서 이 말을 꺼낸 것은, 발언의 효과를 공개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말하자면 당에 대한 공개 압박이다.
그리고 이건 맞는 방향이다. 당내 자정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지도자의 공개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밑에서 조용히 해결하려다 흐지부지된 사례는 한국 정치사에 차고 넘친다.
여기서 민주당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야당이었을 때, 민주당은 날선 언어와 결집력으로 싸웠다. 그 에너지는 필요했다. 저항하는 정당에게 전투성은 자산이다. 그런데 지금은 집권 여당이다. 야당일 때의 문법을 여당이 된 뒤에도 그대로 쓰면 어떻게 되는가. 창은 무기지만, 그릇은 담는 도구다. 지금 필요한 건 창인가, 그릇인가.
이건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이기도 하다. 싸우는 정당에서 통합하는 정당으로의 전환. 말은 쉽다. 그런데 그 전환은 실제로 누군가의 언어 습관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거기에는 당연히 저항이 생긴다. 기득권을 가진 쪽이 언제나 변화에 저항하듯, 당내 강경 문화를 주도해온 쪽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발언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욕 잘 하는 정당이 강한 정당이 아니다. 넓은 사람을 담을 수 있는 정당이 강한 정당이다.
한 줄 결론
집권 여당의 전투성은 이제 외부를 향해야 하고, 내부를 향하는 모욕은 표를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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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ntEdge — 무딘 척하지만, 벤다.